“미국의 항복·재앙”…공개된 종전합의에 들끓는 미국 민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파리 베르사유로 이동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공개되자, 미국이 이란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이 봇물터지듯 쏟아졌다. 이란 전쟁을 가까스로 지지해온 공화당에서조차 이번 합의는 “재앙”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빌 커시디(공화·루이지애나) 미국 연방상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의 핵 야심은 억제되지 않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면 통한다는 점을 알게 됐고 장래에 틀림없이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며 “이제는 이번 합의로 이란이 새로운 인프라를 지을 수 있게 됐다”고 게시했다. 미국이 조성을 약속한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 기금과 동결 자산 해제, 석유 판매 허용 등으로 이란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고, 핵 야심을 더 키워갈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레이건이 무덤에서 뒤척이고 있다. 최근 수십년간 최악의 외교정책 실수다.”라는 말로 비판을 이어갔다.

대(對)이란 강경파인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은 “우리를 죽이려는 신정주의 광인들에게 수십억달러(수조원)를 주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조언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유엔대사를 지냈던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이란 핵·미사일 시설을 타격하는 것이 옳았다며 트럼프 정부가 지나치게 합의를 도출하는데 매몰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란에 제재를 풀고 돈을 풀어주는 것은 “우리가 방금 파괴한 위협을 재건하도록 돈을 대는 거대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미국 내 친이스라엘 보수 논객들과 이스라엘 언론은 특히 거세게 반발했다. 대표적인 보수 우파 정치평론가 벤 샤피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를 “재앙”이라고 일컬었다. 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의 항복”이라고 게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창립 편집장인 데이비드 호로비츠는 이번 합의를 “파국적 굴복”이라고 불렀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해 놓고 끝낼 방법을 몰랐다며 몰아붙였다. 척 슈머(뉴욕)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언론에 “미국의 큰 재앙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너무 많은 면에서 이란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이 MOU가 이란에는 왜 승리인지는 알겠으나, 이것이 어떻게 단 하나의 미국 가정에라도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이란에는 훌륭한 합의이고 미국에는 끔찍한 합의”라며 “미래에 합의하기로 합의한 것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공화당 내부에서 후속 합의를 지켜보자는 ‘신중론’도 일부 나왔다.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하다시피 하며, 전쟁 지속을 주장했던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방금 매우 장시간에 걸쳐 생산적 토의를 했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고 이란과의 적대행위가 멈춘다는 점에서 MOU 서명은 미국에 유익할 것”이라고 비판을 자제하자는 입장을 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를 “시도하는 데에 큰 손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존 튠(사우스다코타) 의원은 이번 문안이 최종 합의는 아닐 것이라면서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것은 틀이고 MOU일 따름이며, 아마도 최종 합의와 관련해서는 추가로 나오는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당내 비판 여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 경제 안정을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 재앙이었다”며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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