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SMR 시대 연다…‘원전 수출 자격증’ 따는 한국 [신규 원전 부지 최종 확정]

한수원, 1호 SMR 후보부지 부산 기장 선정
AI 시대 차세대 전력원…2035년 발전 목표
상업화 성공땐 K-SMR 세계시장 도약 발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부산 기장군에 국내 처음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현재 상업 운전 중인 SMR이 중국과 러시아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SMR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세계 SMR 시장의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7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SMR 1기 건설 후보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SMR은 통상 300MW(메가와트) 이하 규모의 모듈 형태로 제작돼 현장에서 조립·설치되는 원자로를 말한다. 1기당 1000∼1700MW 규모인 대형원전보다 공기가 짧고 투자 부담이 작다.

대형원전이 한 번에 대규모 전력을 생산해 대도시의 기저 전원 역할을 한다면 SMR은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처 인근에 분산 배치된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송배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응할 차세대 전력원으로도 주목받기도 한다.

부산 기장군에 들어설 SMR은 현재 정부 주도로 개발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다.

기술개발사업단에 따르면 i-SMR은 전기 출력 170MW급 가압경수로 기술 기반으로, 하나의 원자로 건물에 모듈 4개까지 설치할 수 있어 최대 640MWe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대형 냉각재 상실 사고(LOCA)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고 정전 사고 시에도 안전성이 보장된다. 이를 통해 기존 원자로 대비 1000배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SMR이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부상하며 글로벌 선점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건설이 K-SMR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각국은 SMR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민간 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사업 발표와 철수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상업 운전 중인 SMR은 많지 않다. 러시아의 부유식 원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와 중국의 고온가스로 원전 ‘스다오완’ 정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도 SMR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상업 운전 단계에 진입한 사례는 없다.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과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SMR 시장 규모는 2035년 400조∼600조원 수준에 다다르고 2040년까지 연평균 22% 성장할 전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2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은 127개로 집계됐다. 이 중 74개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27개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10개), 일본(6개), 중국·러시아(각 5개), 한국(4개)이 뒤를 이었다.

다만 국내 첫 SMR 건설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내년 초 부지 예정 구역 고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 등 각종 행정 절차가 개시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허가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SMR 허가는 아직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첫 사례가 된다.

2031년까지 원안위 건설 허가를 받지 못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예정한 준공 목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대형 원전인 신한울 2호기의 경우 안전성 강화 조치 등이 겹치며 6년 넘게 공기가 길어진 전례가 있었다. 2011년 착공한 신한울 2호기는 2023년 4월에야 준공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SMR과 관련해 “2028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2030년 허가를 받은 뒤 2035년 발전을 시작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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