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음료수 6캔 들고 나온 80대 할머니 도둑으로 몰려 법정행…법원은 ‘무죄’라 했다 [세상&]

“마트서 음료수 훔쳐”…檢, 절도 혐의로 기소
포카리 6캔 장바구니에 넣고 일부 품목만 계산
법원 “1943년생으로 고령…범죄전력도 없어”
“순간적으로 잊고 나간 것이라 봄이 자연스럽다”


ChatGPT를 이용해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와 기사는 직접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음료수 6캔을 마트에서 결제 없이 들고 나왔다가 112신고를 당해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80대 할머니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법 형사5단독 조현권 판사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80대 여성 A씨에게 지난 4월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검사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1일 확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해 4월 경기 수원에 있는 한 마트에서 5400원 상당의 포카리스웨트 6캔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마트 내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미리 준비한 장바구니 가방에 음료수를 넣고서 다른 일부 품목만 계산하는 방법으로 훔친 것이라 판단하고 A씨를 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폐쇄회로(CC)TV 영상과 결제 영수증 등을 근거로 A씨가 음료수 6캔을 장바구니에 담고, 계산하지 않고 나간 사실 자체는 명백하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했을 때 훔칠 의도로 이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장바구니 1개를 들고 마트에 와서 음료수 6캔을 우선 장바구니에 넣었다. A씨는 이후 과자와 즉석밥을 골랐는데, 과자와 즉석밥은 부피가 상당해 장바구니를 손목에 걸친 채로 양손으로 과자와 즉석밥을 품에 안고 계산대로 이동했다. A씨는 과자와 즉석밥을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음료수 6캔은 꺼내지 않았다. 과자와 즉석밥 계산 금액은 1만1890원이었다.

조 판사는 우선 A씨가 음료수 6캔을 장바구니에 넣었던 것에 대해 “음료수 6캔은 묶여있지도 않았다”며 “이러한 경우 나중에 계산할 것을 전제로 장바구니에 일단 물건을 골라 담는 행위 자체는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장바구니는 피고인 손목에 걸쳐진 상태였기에, 누구든지 그 순간 음료수 6캔이 장바구니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는 있다”며 “피고인이 1943년생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음료수 6캔을 절도하기 위해 마트로 들어가 의도적으로 다른 품목을 결제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꽤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고인은 음료수 6캔을 결제할 자력이 충분했다”며 “피고인에게 범죄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마트 주인은 A씨가 계산한 시각으로부터 17분 후 112에 신고했고, A씨는 약 1시간 후 경찰로부터 임의동행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판사는 A씨가 음료수를 계산하지 않고 나온 것을 인지하고 추가 결제를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고 봤다. 그는 “만약 피고인이 마트에서 나간 이후 충분한 시간이 지났더라면 피고인이 애초에 음료수 6캔은 절취할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위와 같이 고작 1시간 남짓한 시간은 피고인의 그러한 의사를 추단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조 판사는 최종적으로 “피고인이 음료수 6캔을 계산할 의사로 장바구니에 일단 담긴 했지만, 나중에 계산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밖으로 나간 것이라고 봄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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