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그친 홈플러스 DIP 대출…마트 정상화 차질 불가피

메리츠, DIP 2000억원 중 1000억원만 대출 승인
운영 정상화·잔존사업부 매각 계획 등 차질 불가피


서울 시내의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헤럴드 DB]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1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승인했다. 홈플러스가 요구했던 2000억원 대출의 절반 수준이다. 홈플러스의 재정난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만큼 회생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홈플러스에 대한 1000억원의 DIP 대출 제공을 의결했다. 이르면 오는 19일까지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할 방침이다. 이번 대출은 홈플러스가 요구한 2000억원의 DIP 대출의 절반 수준이자,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보증을 선 액수만큼이다. 메리츠는 개정 상법상 법적 제약 등을 이유로 나머지 1000억원의 추가 대출은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는 지난 2024년 홈플러스에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한 최대 채권자다. 메리츠는 추가 대출 요청에 MBK뿐 아니라 김병주 MBK 회장 개인의 보증을 조건으로 요구해 왔다. 메리츠는 이번 추가 대출을 결정하며 MBK의 ‘동참’을 거듭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 설정 동의’라는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도 제시했다.

2조7000억원 상당의 평가를 받는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라는 사실상의 추가 대출 거절 입장인 셈이다. 메리츠는 내부적으로 해당 자산의 가치를 1조5000억~1조6000억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메리츠의 결정으로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은 또다시 난관에 부딪힐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앞서 매각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슈퍼마켓 사업부)뿐 아니라 대형마트·온라인·본사 등 잔존사업부까지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잔존사업부 매각을 위해서는 현재 운영 중인 67개 매장의 정상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2000억원의 DIP 대출을 요청해 왔다.

홈플러스가 확보한 자금은 오는 22일 입금이 완료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1206억원과 1000억원의 DIP 대출이다. 그간 밀린 매장 관리·운영비와 직원 급여에 대부분 지출될 가능성이 높다. 매장 정상화의 핵심인 납품 재개까지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홈플러스는 그간 납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주요 납품업체로부터 공급이 끊겼고, 이후 방문객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실제 전날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홈플러스 매장은 “여기로 모이세요”라는 CM송 가사가 무색하게 한산했다. 조명을 다 켜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 코너마다 홈플러스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심플러스’ 상품만 놓여 있었다. 치즈 냉장 코너에는 대형 텀블러가 놓여있었고, 축산 코너 한편에는 칼·도마 세트가 들어섰다. 라면 코너에는 냄비, 이유식 코너에는 어린이 장난감이 각각 배치됐다.

매장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동네에서 제일 큰 마트여서 예전에는 매주 여기로 장을 보러 다녔다”며 “이 정도로 큰 매장까지 이렇게 변하다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에 2000억 DIP 대출 지원을 재차 요청했다. 홈플러스는 “67개 핵심점포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과 구조혁신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회생 성공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회생 성공 여부는 결국 잔존사업부문 M&A의 성공에 달려 있는 만큼, 이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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