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굴기 현장을 가다 ①아이플라이텍] “말하자마자 ‘AI안경’에 한국어 자막 떴다”…교실서 공장까지 AI무장 ‘선봉’

‘중국제조 2025’와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을 앞세운 중국이 국가 주도로 미래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신질생산력은 인공지능(AI)과 우주·항공, 첨단 제조업 혁신을 통해 고효율·고품질 경제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산업 전략입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 기자가 직접 찾은 ‘중국판 실리콘밸리’ 안후이성 허페이시 기업들은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화를 향해 중국 기술굴기의 최전선에 서 있었습니다. 치열한 중국 산업굴기의 현장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


아이플라이텍 전시관에 AI 번역 안경이 비치돼 있다. [정목희 기자]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한국어로)안녕하세요. 아이플라이텍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13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있는 인공지능(AI) 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 전시관에 들어서자 정장을 차려입은 여성 아나운서가 유창한 한국어로 취재진을 맞았다. 그러나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실제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학습한 AI 아나운서였다.

지난 13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있는 인공지능(AI) 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 전시관에 들어서자 정장을 차려입은 AI 여성 아나운서가 유창한 한국어로 취재진을 맞이하고 있다. [정목희 기자]


중국어, 영어 등 다른 언어로 바뀌어도 입 모양이 자연스러웠고 표정 변화도 어색하지 않았다. 중국이 AI 기술을 어디까지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특히 허페이시는 중국 산업굴기의 상징으로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전통적으로 쌀·콩 등 곡물과 면화 재배가 중심이었던 농업 도시였지만 지금은 전기차와 AI,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집결한 첨단 산업도시로 변모했다.

1999년 중국과학기술대학(USTC) 연구실에서 출발한 아이플라이텍은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번역 안경, 스마트 칠판, 교육용 학습기, 산업용 음향 진단기까지 선보이며 AI를 생활과 산업 현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AI 국가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 했다.

기자가 눈으로 본 아이플라이텍의 AI는 더 이상 연구실뿐만이 아니라 생활과 산업 현장, 그리고 학교 교실에서까지 활용되고 있었다.

지난 13일 아이플라이텍 직원이 실시간 통번역기를 소개해주고 있다. [정목희 기자]


직원이 가장 먼저 소개한 제품은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이었다. 카메라와 다중 마이크를 활용해 발화자를 식별한 뒤 음성을 문자로 변환(STT)하고 AI 번역을 거쳐 자막 또는 음성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발표자가 중국어로 말하자 화면에는 영어와 한국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 자막이 거의 동시에 생성됐다. 회의실이나 국제 행사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 주변 소음을 제거하는 기능을 갖췄으며, 보안이 중요한 기관을 위해 인터넷 연결 없이 로컬 서버에서 구동하는 방식도 지원한다.

취재진의 눈길을 끈 것은 AI 번역 안경이었다. 안경을 착용한 채 중국 직원과 대화를 나누자 렌즈 왼쪽 상단에 초록색 한국어 자막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중국어 발화와 동시에 번역 문장이 생성됐고, 안경다리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번역 음성도 들을 수 있다.

다만 번역 정확도는 아직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기자가 직접 착용해보니 직원이 제품 사양과 기능을 설명하는 동안 화면에는 실제 발언 내용과 다소 거리가 있는 한국어 문장이 표시되기도 했다. 실시간 번역이 이뤄진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지만, 복잡한 설명이나 전문 용어가 포함된 대화에서는 의미 전달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언어 인터랙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사진 촬영과 영상 녹화 기능을 지원하며, 도수가 있는 렌즈로도 제작할 수 있다. 가격은 약 4200위안(약 93만원)이다.

아이플라이텍의 스마트 칠판은 교사가 판서하면 내용이 즉시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되고, 관련 영상 자료와 3차원(3D) 교육 자료가 자동으로 연결된다. [정목희 기자]


아이플라이텍의 AI는 소비자 제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교육 현장에는 교사의 필기 습관을 학습하는 스마트 칠판이 활용되고 있었다. 교사가 판서하면 내용이 즉시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하고 관련 영상 자료와 3차원(3D) 교육 자료가 자동으로 연동된다. 현재 중국 내 6만개 이상 학교에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플라이텍의 가정용 학습기인 ‘러닝패드’는 문제와 학생의 답안을 촬영하면 자동 채점이 된다. [정목희 기자]


아이플라이텍의 가정용 학습기인 ‘러닝패드’는 학생의 풀이과정을 토대로 강점(초록색)과 약점(빨간색)을 진단해준다. [정목희 기자]


가정용 학습기인 ‘러닝패드’는 문제와 학생의 답안을 촬영하면 자동 채점은 물론 학생의 풀이과정을 토대로 강점과 약점을 진단해준다. 학생의 자세와 집중도까지 분석해 학습 습관 개선을 돕는다.

산업 현장으로 눈을 돌리면 AI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아이플라이텍의 AI 시스템 ‘스파크(Spark)’는 운전자의 음성 명령을 인식하고 차량을 제어한다. 회사측은 현대차·기아차와 음성 인터랙션 기술 관련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플라이텍의 음향 감지기는 수십 개 마이크가 설비 소리를 분석해 사람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까지 감지해 이상 징후가 발생한 위치(무지개색 동그라미)를 화면에 표시한다. [정목희 기자]


제조 현장용 음향 감지기도 공개했다. 수십 개 마이크가 설비 소리를 분석해 사람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까지 감지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한 위치를 화면에 표시한다. 설비 고장을 사전에 발견해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신페이(Xinghuo·Spark)’를 활용한 PPT 자동 생성 기능은 사용자가 주제를 입력하면 관련 정보를 수집해 개요를 만들고 디자인 템플릿에 맞춰 발표자료를 생성한다.

13일 청천 AI 번역 부문 총경리가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정목희 기자]


청천 AI 번역 부문 총경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술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어와 영어 번역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화웨이 AI 칩 기반으로 구동되는 자체 LLM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자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천 총경리는 “데이터가 부족한 비주류 언어의 번역 품질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AI 적용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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