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제도 편의점에서?” 정부, 상비약 확대 추진…약사회는 “반대”

복지부, 14년 만에 품목 11→20개 확대 논의
지사제·제산제 거론…안전성 논란 재점화
약사회 “의약품 오남용 우려, 시기상조”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안전상비의약품. [연합]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정부가 오랫동안 13종 이하로 묶여 있었던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추진한다. 확대 품목에는 지사제·제산제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 우려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편의점에서 파는 상비약 품목을 기존 11개에서 최대 20개로 늘리고 약국이 없는 지역 등을 고려해 판매점도 확대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에도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약사 단체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 제도는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이나 밤늦은 시간에 의약품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12년 11월 시행됐다. 약사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에서 편의점 상비약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의약품은 모두 13종이다. ▷‘타이레놀정 500㎎’을 포함한 해열 진통제 5종 ▷‘베아제정’과 ‘훼스탈골드정’ 등 소화제 4종 ▷‘판콜에이 내복액’과 ‘판피린티정’ 등 감기약 2종 ▷‘제일쿨파프’와 ‘신신파스 아렉스’ 등 파스 2종이다.

다만 해열 진통제 중 ‘타이레놀정 160㎎’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은 생산이 중단돼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은 11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편의점 상비약 공급액은 555억원이었다. 타이레놀정 500㎎이 21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판콜에이 내복액이 16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편의점 상비약 확대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지사제, 위산 작용을 줄여주는 제산제를 편의점 상비약에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가 궐기대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면서 협의가 공전했고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가 편의점 상비약 품목 조정을 다시 추진하려는 데에는 13종 중 2종이 이미 단종됐다는 현실과 제도에 효용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정책연구소가 2019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년간 편의점 상비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은 68.9%에 달했다.

제약업체들은 의약품을 판매하는 경로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편의점 상비약 제도 개선에 대체로 반대하지 않지만, 약사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 사회는 지금도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약사들이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체 일반의약품 판매액 중에서 편의점 상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의약품에는 부작용이 있고 의약품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며 “편의점 상비약 확대는 안전성보다 편리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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