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VAR도 중국산 TV로…북미 시장서 삼성·LG 지우기 나선 하이센스

中 하이센스, 북중미 월드컵 공식 스폰서 참여
비디오판독 룸에 RGB 미니 LED TV 독점 공급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서 스포츠 마케팅
OLED보다 저렴한 프리미엄 LCD TV로 공세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한 11일(현지시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중 뒤편 전광판에 중국 하이센스 광고가 나오고 있다. [하이센스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글로벌 TV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국 하이센스는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제4의 심판’을 자처하며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다.

2018년·2022년에 이어 3회 연속 FIFA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 이름을 올린 하이센스는 비디오 판독(VAR)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했다.

중계방송 화면에 간간히 등장하는 VAR 룸은 하이센스 브랜드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VAR 룸 벽면을 보면 2026 북중미 월드컵 로고와 함께 하이센스 브랜드가 크게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 심판들은 하이센스의 ‘RGB 미니 LED TV’로 비디오 판독을 수행 중이다.

하이센스는 이 점을 앞세워 “초고정밀 색 재현으로 경기의 모든 디테일을 선명하게 재현하고, 심판의 정확한 판정을 지원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지난 2일(현지시간) 잔니 인판티노(오른쪽) FIFA 회장이 하이센스의 RGB 미니 LED TV가 설치된 비디오판독(VAR)룸을 살펴보고 있다. [하이센스 홈페이지]


VAR 룸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둘러싼 광고판에도 쉴 새 없이 하이센스 로고와 RGB 미니 LED TV가 노출되고 있다.

중국은 정작 이번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중국 기업들이 전방위적 마케팅 공세를 펼치며 그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같은 중국 TV 회사인 TCL이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면 하이센스는 10년 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을 시작으로 세계 축구 대회에 스폰서로 꾸준히 참여해왔다.

하이센스는 올 1월 CES 2026에서도 자사 전시관 내에 미니 축구장을 조성해 월드컵 스폰서임을 알리며 관심을 고조시키는 데 주력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31.3%의 점유율(매출 기준)로 1위를 지켰고, LG전자(14.8%), TCL(13.3%), 하이센스(10.6%)가 뒤를 이었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에 참가한 하이센스는 전시관에 미니 축구장을 조성하고 2026 북중미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서 자사 TV 제품을 홍보했다. [삼성전자 제공]


다만 세계 최대 TV 시장인 북미 지역으로 좁히면 하이센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북미 미니 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4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고, 하이센스는 27%로 집계됐다.

하이센스가 이번 월드컵 개막에 맞춰 RGB 미니 LED TV 신제품 출하를 늘리고, 월드컵 수요까지 더해지면 2분기 시장 점유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니 LED TV는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보다 밝기와 명암비를 개선해 프리미엄 LCD 라인업으로 분류된다. 화면 뒤에서 빛을 쏘며 광원 역할을 하는 발광다이오드(LED) 크기를 줄여 미니 LED로 불린다.

중국 기업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보다 저렴한 가격의 TV를 앞세워 삼성전자, LG전자의 아성을 위협해왔다. 특히 대형 미니 LED TV를 공격적으로 홍보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 TV를 주변으로 밀어냈다.

OLED TV와 비슷한 가격대에 화면이 더 큰 대형 LCD TV를 내놓는 중국의 전략은 TV 시장의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며 빛을 봤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판매 중인 중국 하이센스의 TV. 김현일 기자


하이센스는 지난해 CES 2025에서 처음으로 116형 RGB 미니 LED TV를 선보이기도 했다. RGB TV는 화면 뒤에서 빛을 쏘는 광원을 백색 LED가 아닌 RGB(빨강·초록·파랑) 컬러 LED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색 재현력과 명암 표현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지난해 8월 RGB LED 칩 크기를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로 줄인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올해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65·75·85·100형 마이크로 RGB TV를 추가로 선보이며 중국 공세에 대응해 프리미엄 LCD TV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은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이 구사했던 전략과 똑같다”며 “‘메이드 인 차이나’ 이미지를 지우고 글로벌 기업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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