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선관위 개헌’ 가능할까…與 띄웠지만 野는 신중론

이재명·김민석·정청래 “선관위 개혁 위해 개헌”
국힘 “국조·특검 먼저”…개헌 필요성엔 여지
오늘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조 첫발


조정식 국회의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 국회의장,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윤채영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정치권에서 선관위 개혁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은 개헌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는 반면 야권은 국정조사와 특검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여야는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한 뒤 필요할 경우 추가 국조와 특검 추진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헌을 두고는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를 맡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제대로 된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재명 대통령은 벌써 개헌을 꺼내 들었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장단을 맞추고 있다”며 “초유의 민주주의 위기 앞에서 무너진 국민 참정권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이를 계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챙기려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여야 간 의견 일치가 된다면 선관위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고, 김 총리도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개혁과 관련된 원포인트 개헌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제기되는 것은 현행 법 체계만으로는 선관위 개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권한 침해라고 판단했다. 2023년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을 두고 벌어진 권한쟁의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관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재는 헌법 제97조가 규정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인 ‘행정기관’에 선관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선거관리 사무가 행정작용의 성격을 띠더라도 선관위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된 취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선관위와 각급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하는 감사원법 개정안’도 결국 개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한 의원 법안에 대해 “취지 자체는 동의한다”면서도 “보다 확실하게 하려면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하는 게 맞다. 헌법재판소가 직무감찰에 대해 명백히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개헌안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이 110석을 보유하고 있어 민주당도 국민의힘의 설득과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한편 개헌 논의와 별개로 국회에서는 선관위 개혁 방안 논의와 관련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참정권 침해 사태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이 참석해 선관위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동훈 의원은 격려사에서 “선관위의 독립성은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며 “운영의 독립은 보장하되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검증할 수 있는 책임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자정작용조차 이뤄지지 않는 선관위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선관위 개혁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날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를 통합해 조직을 축소하는 내용의 선관위 통폐합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손솔 진보당 의원도 같은 날 선관위원장을 상임직으로 하고 현직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선관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관위는 이날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입법 전이라도 즉시 추진 가능한 자체 개선방안 적극 마련·시행하겠다”며 위원장 상근제 도입, 감사기구 법률화, 국회에 독립적인 선거관리평가위 설치 등을 자체적인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범정부 차원 지원체계 법제화, 국가 선거 지원 추진 협의체 운영, 투표용지 인쇄비율 전면 재검토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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