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 도파민 ‘참교육’과는 정반대…‘낭만적 참스승’ 온다

다음 달 18일, 놀 씨어터 대학로
‘참교육 담론’의 시대의 ‘참스승’
데뷔 33년 만의 첫 무대 차인표
“키팅 영웅화 경계…멘토십 가치 다뤄”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제작발표회에서 존 찰스 키팅 역의 배우 오만석(왼쪽부터), 차인표, 연정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너진 교권과 붕괴한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통쾌한 징벌로 ‘참교육’(넷플릭스)하는 드라마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때에 ‘순수의 시대’로 회귀하는 ‘참스승’이 온다. 엄혹하고 자극적인 교육 담론의 한복판에서 정반대의 방식으로 교육을 이야기하는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다.

배우 차인표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교육 시스템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가치에 관한 질문을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연극은 36년 전, ‘낭만의 시대’를 살던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다. 1989년 로빈 윌리엄스 주연으로 개봉한 동명의 영화는 해 제62회 아카데미 각본상, 제43회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음악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치유의 메시지를 건넸다. 아이비리그 진학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에 부임한 영어 교사 존 찰스 키팅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아이들의 변화를 끌어내는 영화는 “오 캡틴, 마이 캡틴”,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 같은 명대사로도 회자된다.

. 201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뒤 2024년 프랑스 파리 무대에서 2년 연속 전석 매진, 누적 관객 35만 명을 기록했고, 제35회 몰리에르상에서는 5개 부문 6건에 노미네이트됐다.

다음 달 초연을 앞둔 연극은 영화의 ‘추억 소환’이나 ‘복제’에 머물지 않는다. 사이다식 응징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 교육의 본질과 인간의 실존적 선택이라는 본질적인 화두를 던진다.

제작사인 마스트 인터내셔널의 김용관 대표는 “요즘처럼 ‘참교육’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화두가 되는 시대에 이 작품이 던지는 울림이 엄청나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기획 계기를 밝혔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가 제시하는 참교육의 궤적은 미디어가 소비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웹툰과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참교육이 시스템의 붕괴를 물리적 권력으로 봉합하는 ‘영웅 서사’라면, 이 작품은 제도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내부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제작발표회. [연합]


키팅 역을 맡은 배우 차인표 역시 “최근 화제가 된 교육 드라마들을 보니 도파민이 분출되고 가슴 아픈 현실에 공감도 갔다“며 ”다만 우리 작품은 교육 시스템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제도를 바꾸자는 메시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제도 안에서 숨 쉬는 개인에게 ‘너는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며, 어떤 선택을 하며 살 것인가’를 묻는 실존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의 본질을 역설했다.

차인표는 1993년 데뷔 이후 33년 동안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지켰다. 최근엔 작가로도 왕성한 활동 중이나 연극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키팅 역에 함께 캐스팅된 연정훈도 이 작품을 통해 첫 연극에 도전한다.

차인표는 1990년 스물세 살이던 때에 동네 작은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이 비슷했다”며 “키팅 선생이 던진 ‘너는 네 인생에 어떤 시를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 각자 답을 떠올리는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6년의 세월을 살고 보니 그때 키팅 선생님이 했던 말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됐다. 인생은 각자가 써 내려가는 드라마이고, (정형화된) 틀에서 나오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첫 연극인 차인표가 조언을 구한 사람은 무대 장인 오만석이었다. 오만석도 키팅 역을 맡았다. 차인표는 “그냥 막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그간 연기자로서 갇혀 있었던 틀을 깨부수기 위해 이번 도전을 선택했다. 매일 젊은 배우들과 땀 흘리며 연기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경이로운 각성을 경험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정훈도 “처음 연극에 도전하는 떨림이 있었지만 배우 인생에서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키팅 선생님 역할을 맡으면서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저 이런 옵션이 있고, 이렇게 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들을 설명할 뿐”이라고 했다.

오만석에게 이 작품은 더 특별하다. 그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선생(先生)이란 단어 뜻 그대로 먼저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며, 제자들에게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삶의 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참교육이 아니겠냐”고 했다.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존 찰스 키팅 역의 배우 차인표 [연합]


인기 원작을 무대화하는 만큼 연출의 고심이 깊었다. 작품은 무조건적 찬양이나 낭만주의적 미화에 머물지 않는다.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키팅을 ‘완벽한 영웅’으로 박제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이 작품을 단순히 학교 내부의 폐쇄적인 이야기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며 “크게 보면 스승과 제자, 멘토와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인간 사이의 보편적인 관계망에 대한 탐구”라고 했다.

조 연출가는 멘토십이 가지는 ‘양가적 속성’에 주목했다. 극 중 우등생 닐 페리(김락현·이재환·찬희 분)가 키팅이 불어넣은 낭만과 자유의 가치에 눈을 떠 완고한 현실(아버지의 통제)과 충돌하고 비극적인 선택에 이르는 과정은, 단순한 해방의 서사가 아니다. 조 연출가는 과거 “대학에서 가르쳤던 제자가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을 때 마음의 무게를 느꼈다”며 “아이들에게 기성의 제약과 규제를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가라고 용기를 주는 행위에는 반드시 위험과 모험이 따른다”고 짚었다.

무대는 그렇기에 관객에게 달콤한 위로나 명쾌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영혼을 일깨우는 멘토의 사회적 책임감과 해방의 여정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위험성까지 담아낸다.

영화의 극적인 서사와 빠른 장면 전환을 이식하기 위해 제작진은 과감한 미학적 실험을 감행했다. 원작 연극을 그대로 따르기 보다, 한국 교육 현실의 정서적 공감대를 겨냥한 현지화를 시도한 것이 핵심이다.

조 연출은 “원작 희곡의 구조가 영화와 거의 동일하여 무대화 과정에서 세트 구획의 한계로 인한 장면 전환의 고민이 깊었다”며 “공간을 특정 세트로 구분하지 않고 열어뒀다. 조명도 노출해 ‘이것은 연극’이라는 형식을 드러내고, 무대에서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는 놀이처럼 구성했다”고 말했다. 오만석은 “영화 못지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교육 현장’에 대한 이야기는 폭력적 응징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참교육’과 질문으로 사유를 건네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정반대의 답을 찾아간다. 차인표는 “나이를 떠나 제2의 삶, 제3의 삶을 꿈꾸는 분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얻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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