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인쇄 하한선 사무처 결정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절차 아냐”
노태악 “하한 변경 보고 기억없어”
6·3 지방선거 직후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중대한 사태 초래가 예상되는 투표용지 인쇄 하한선 결정이 중앙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사무처에서 시행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절차는 아니다”라는 내부 비판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본투표일 투표용지 인쇄 하한을 6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관리규칙 개정안이 지난해 중앙선관위 회의에 보고되고 별다른 논의 없이 지나쳤지만, 정작 사태가 터지자 뒤늦게 절차에 대한 지적이 선관위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24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중앙선관위 제11차 회의록’에 따르면 익명의 한 선관위원은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국민의 일부분이 투표를 못하거나, 선거권 행사가 지연되는 것은 엄청나게 중대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본투표일 다음날인 지난 4일 0시 38분부터 1시 50분까지 열렸던 회의에는 ‘투표용지 부족상황 관련 향후 대책’이 보고됐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위철환 상임위원 등 선관위원 5명이 참석했다.
익명의 선관위원은 “중앙선관위 위임전결규정에 개정사항 중 중요사항은 사무총장 전결로, 일반사항은 실장 전결로 나와 있고 개정사항은 일선에 시달된 걸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24일 열린 중앙선관위 제15차 회의에 보고된 ‘공직선거관리규칙 등 개정사항 검토(안)’의 1페이지에는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매수 산정비율 축소’라는 제목 하에 “인쇄매수 산정비율을 70%(지선 60%)→60%(지선 50%)”라고 명시된 바 있다. 노 전 위원장은 당시 보고사항에 대해 질문이나 의견이 있는지 물었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다음 안건 논의로 넘어갔다. 이후 지난해 12월 사무총장과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투표용지 인쇄 축소 지침이 전격 시행됐다.
노 전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에 참석해 인쇄용지 하한 변경 보고에 대해 오락가락한 입장을 내놨다. 인쇄용지 하한 변경이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된 데 대해서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인정하했지만, 사전 보고 여부에 대해서는 “짧은 보고는 했었을 것”이라면서도 보고 받은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아울러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구선관위의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악화했다”는 지적도 이날 선관위 새벽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중앙선관위 회의록을 보면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한 현장 실수가 아니라 보고 및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조직적 실패였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선관위는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과 보고 체계에 대한 책임을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본투표를 앞두고 진행됐던 군 거소투표 관리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강원도 철원 모 부대에서 군 장병들이 거소투표봉투가 비치된 행정반에 들어가 기표하는 과정에서 한 병사가 두 표를 찍어 자신의 봉투와 다른 병사의 봉투에 각각 넣는 ‘이중투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본인의 거소투표용지를 교부받지 못한 장병은 문제를 제기했으나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국민신문고에 신고, 뒤늦게 현지투표에 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국정조사 특위는 내달 1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 증인 70명과 참고인 5명의 출석요구 안건을 의결했다. 같은달 8일 현장조사에 이어 14일 1차 청문회, 22일에는 2차 청문회가 진행된다. 특위는 ‘전문가 예비조사단’을 꾸려 선관위 조직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 선관위 전면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소현·전현건·윤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