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학비자 세차례 거절…父집념 끝에 UC버클리 편입
1988년 샌디스크 공동창업…플래시 메모리 새 지평
샌디스크 나스닥 상장·웨스턴디지털 매각후 마이크론行
특허만 70개 이상…기술 경쟁력 무장한 경영 리더십
히로시마에 14조 투자…日 손잡고 D램·HBM 총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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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이들 기업의 성장 뒤엔 한 명의 창업자가 있다. 바로 인도 출신 기업인 산제이 메흐로트라(68)다.
메흐로트라는 1988년 샌디스크를 공동 창업해 플래시 메모리 시대를 연 주역이다. 이후 2017년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해 회사를 AI 반도체 호황의 대표 수혜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다. 시가총액은 약 7686억달러(약 1170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일본 히로시마에 약 14조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등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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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톱3 |
인도 출신 이민자에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최강자로 우뚝 선 메흐로트라의 성공신화는 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메흐로트라는 1958년 인도 북부 칸푸르에서 태어났다. 네 남매 가운데 막내였던 그는 중산층의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아들의 남다른 재능을 알아봤다. 면직물 산업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했던 아버지는 자녀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고, 메흐로트라가 열 살이 되던 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 뉴델리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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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UC 버클리 편입에 합격했던 당시, 그는 미국 유학 비자를 세 차례나 거절당해 미국 유학길에 오르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메흐로트라의 아버지는 뉴델리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서 직원들이 점심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이들을 직접 붙잡아 아들의 상황을 호소했다. 아들의 유학길을 향한 아버지의 노력 끝에 메흐로트라는 미국 유학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챗GPT] |
메흐로트라는 인도 전역에서도 최상위권 명문 사립학교로 꼽히는 사르다르 파텔 비디얄라야(SPV)를 거쳐 인도 명문 공과대학인 비를라 공과대학(BITS Pilani)에 진학했다.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1976년 미국 UC버클리 편입했고, 이후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에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SEP)을 수료했다.
하지만 미국 유학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UC버클리에 합격했음에도 미국 유학 비자를 세 차례나 거절당하면서 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 세 번째 비자 신청마저 거절되자 아버지는 뉴델리의 미국 대사관을 직접 찾아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직원들을 붙잡아 아들의 사정을 설명했다. 결국 영사를 직접 만나 왜 아들에게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는지 묻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약 20분 동안 이어진 간절한 호소 끝에 메흐로트라는 마침내 미국 유학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메흐로트라는 훗날 당시를 떠올리며 “아버지가 ‘그냥 여기서 기다려 보자’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20분 동안 미국 영사를 상대로 온 힘을 다해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봤는데, 평생 본 것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를 “나의 탐정이자 변호사, 그리고 매니저였다”고 비유하며 “‘안 된다’는 말을 절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아버지의 끈질긴 집념이 내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였다”며 “그 경험을 통해 성공을 원한다면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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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안셀모에서 샌디스크(SanDisk) 메모리 카드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 |
메흐로트라는 대학 졸업 후 인텔, 시크 테크놀로지, 인티그레이티드 디바이스 테크놀로지 등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반도체와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았다.
1988년 메흐로트라는 엘리 하라리, 잭 위안과 함께 벤처기업 샌디스크(SanDisk)를 공동 창업하며 본격적으로 기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훗날 이동식 플래시 메모리 저장장치 분야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샌디스크의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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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디스크(SanDisk)를 공동 창업한 엘리 하라리(왼쪽부터), 산제이 메흐로트라, 잭 위안. [SNS] |
메흐로트라는 기술력과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회사를 디지털 저장장치 혁신의 중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휴대전화용 플래시 메모리 카드와 USB 플래시 드라이브, 모바일 기기 내장 메모리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사람들이 데이터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엔지니어로 출발한 그는 2011년엔 샌디스크 CEO에 올랐다. 같은 해 샌디스크는 나스닥에 상장됐고 포춘 500대 기업으로 성장하며 세계적인 플래시 메모리 기업 반열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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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샌디스크의 당시 공동 창립자이자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산제이 메로트라(가운데)와 샌디스크 경영진이 개장 종을 울리고 있다. [게티이미지] |
샌디스크는 이후 2015년에 웨스턴디지털에 160억달러(약 24조4800억원)에 인수됐다. 샌디스크가 웨스턴디지털에 인수되자 메흐로트라는 약 30년간 몸담은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당시 메흐로트라는 성명을 통해 “양사의 결합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저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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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론 로고. [로이터] |
메흐로트라는 30여년 샌디스크에서 고군분투한데 안주하지 않고, 2017년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해 초 마이크론 이사회는 마크 더칸 CEO가 은퇴를 발표한 이후 후임을 찾기 위해 50명 이상의 후보를 검토했다. 이후 최소 15명 이상을 직접 면접하면서 회사를 이끌 수장으로 메흐로트라를 최종 낙점했다.
마이크론 이사회가 메흐로트라를 높게 평가한 부분은 크게 세 가지였다. 샌디스크를 세계적인 메모리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영 능력, 반도체 업계에서 30년 넘게 쌓아온 경험, 플래시 메모리 분야 최고 수준의 기술 전문성 등이다. 메모리 산업 전반을 이해하는 기술 경영인이자, 반도체 관련 특허만 70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론은 메흐로트라가 낸드플래시와 스토리지 경쟁력을 더해 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당시 마이크론은 D램에선 강점을 보였지만, 낸드플래시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특히 2017년은 메모리 시장이 점차 AI·클라우드 중심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에 시대적 흐름에 맞춰 낸드플래시 사업에서도 뒤쳐져선 안 될 시점이었다.
D램이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인 반면,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AI 추론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빠르게 불러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때문에 AI붐을 타고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해에만 3배 가까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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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청문회에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CEO)가 증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메흐로트라는 마이크론 CEO 취임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론은 훌륭한 기술과 뛰어난 인재를 갖고 있지만 아직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AI와 데이터 폭증 시대에는 메모리와 스토리지가 핵심 기술이 될 것”이 밝혔다.
메흐로트라 취임 이후 마이크론은 AI 메모리(HBM)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반도체 기업에 HBM을 공급했다. 미국 정부의 칩스법을 활용해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다.
그 결과 AI 메모리 수요 확대의 수혜를 입으며 실적호조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4일 2026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414억6000만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 25.1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은 4배, EPS는 13배 넘게 올랐다. 매출총이익률은 84.9%로 전년대비(39.0%) 2배 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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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램및 낸드플래시 세계 점유율 |
수십 년 동안 반도체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온 메흐로트라의 다음 목표는 분명하다. AI 시대 메모리 반도체 경쟁의 중심에서 마이크론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4일 일본 히로시마현의 공장에 약 1조5000억엔(약 14조2000억원) 규모의 통큰 투자를 단행했다.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신규 건물에 제조 장비를 반입해 D램과 HBM의 7세대 제품인 HBM4E도 생산하겠다는 포부다. 일본 정부도 이번 투자에 최대 5360억엔(약 5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HBM 시장에 추격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메흐로트라 CEO는 이날 신규 팹 기공식에서 “AI의 심장인 메모리 기술, 마이크론의 첫 HBM 생산 웨이퍼가 바로 이곳 히로시마에서 만들어졌다”며 “미국의 대담함과 일본의 장인정신이 만나면 타협이 아니라 세계 최고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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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왼쪽 네 번째)가 일본 히로시마현 공장에서 신규 제조동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마이크론은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신규 건물에 제조 장비를 반입해, D램과 HBM 등 최첨단 제품을 생산할 방침이다. HBM의 7세대 제품인 HBM4E도 생산할 예정이다. [인터넷 캡처] |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메모리 시장 규모는 전 분기(1분기) 대비 60% 이상, 지난해보다 380% 성장한 3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 구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서 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 SK하이닉스가 29%로 1·2위를 차지했고, 마이크론은 22%로 3위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29%, SK하이닉스가 18%로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마이크론은 13%로 4위에 올라 있다.
메모리 3사가 모두 증설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2028년 이후 차세대 HBM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서 메흐로트라가 이끄는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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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제이 메흐로트라가 걸어온 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