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2 ①] ‘엽기녀’ 이름은 반가운데…솔직히 ‘B급’ (리뷰)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전편 뛰어넘는 속편 없다”는 말이 이번에도 나올 것 같다. 2001년 488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의 속편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 얘기다.

영화 제목을 물려받고, 1편에 출연한 차태현도 그대로 ‘견우’이지만 이외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전지현이었던 ‘그녀’는 한류 아이돌그룹 에프엑스의 빅토리아로, 20대 풋풋했던 커플이었던 이들은 30대 신혼부부가 됐다.

스케일도 커졌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96), ‘편지’(1997), ‘엽기적인 그녀’(2001) 등을 제작한 한국 영화사 신씨네와 중국의 북경마천륜문화전매유한공사가 공동으로 제작한 한중 합작 영화다. 영화의 반은 한국에서, 반은 중국에서 찍었다. 중국 내 7500개 스크린에서 개봉되고 역대 중국을 상대로 한 부가판권 계약 중 최고가인 21억원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개봉 전 시사회에서 공개된 ‘엽기적인 그녀2’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완성도를 보였다.

영화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전지현)가 돌연 비구니가 되어 산으로 들어갔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하얀 민머리의 그녀의 뒷모습이 차태현을 향해 합장해서 인사하고, 절로 걸어 들어간다.

견우(차태현)은 실연의 아픔을 술로 달래다 우연히 어린 시절 첫사랑 그녀(빅토리아)와 재회한다. 중국으로 떠났던 그녀지만 어린 시절 견우와 약속했던 결혼을 하려 한국에 온 것. 완벽한 그녀는 견우를 엽기적으로 ‘조련’하기도 하고 물심양면 지원해 번듯한 회사에 취직시켜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이들 앞에 어김없이 시련이 닥쳐온다. 이들은 시련을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볼 수 있을까.

1편이 ‘그녀’의 이야기라면 2편은 ‘견우’의 이야기다. 견우는 순하고 착하지만 소심하기도 하고, 용기가 필요한 ‘대한민국 평균 남자’다. 그런 견우가 30대가 되어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삶의 무게에 맞선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웃픈’ 직장과 결혼의 현실이라는 주제는 새로울 것 하나 없이 식상하기만 하다. 아무리 완벽 내조를 자랑하는 그녀라지만, 매일 밤 각국 영화를 패러디하는 ‘상황극’을 통해 견우에게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인도어 등 외국어를 습득시키고, 출장을 떠나는 남편을 위해 치어리더로 변신해 동네 꼬마들과 응원전을 펼친다는 에피소드들은 억지스럽기만 하다. 


1편 팬들에게는 한국말 연기 경험이 없는 빅토리가 캐스팅된 것이 최대의 걱정거리였다. 무엇보다 “전지현 없는 ‘엽기적인 그녀’는 빈 껍데기”라는 반응이 앞섰다. “원작을 망치지 말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전지현의 부재보다 더욱 큰 문제는 어쭙잖은 ‘B급’ 스토리였다. 차태현의 원맨쇼와 직장 동료 역할의 배성우의 코미디에 지나치게 의존한 영화는 방향을 잃고 말았다.

이를 의식한 듯 시사회에 참석한 조근식 감독은 “1편을 좋아한 팬들은 이 영화가 불쾌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사과드리고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1편의 그녀가 비구니가 된 설정에 대해 조 감독은 “‘신성모독죄’라는 말까지 들었다”라며 “견우에게 너무 무겁고 슬프지 않은 이별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1편의 그녀 성격이라면 엉뚱한 선택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차태현도 전지현 없는 2편 출연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견우 역할은 반가웠지만 전지현이 안 나온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며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도 컸다”고 말했다.

‘엽기적인 그녀2’는 12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99분.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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