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은 즐기면서 해야죠” Z세대 클라이머 서채현, 사상 첫 메달 도전

서채현이 4일 일본 아오미 어반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예선에서 스피드 경기를 펼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17위→10위→2위’

‘클라이밍 천재’ 서채현(18·신정고)이 2020 도쿄올림픽서 신설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초대 챔피언’에 도전한다. 매서운 기세로 암벽을 오르듯 예선 첫날 3개 종목을 치를 때마다 순위가 급상승,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서채현은 4일 일본 도쿄의 아오미 어번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예선에서 최종 순위 2위로 결선에 안착했다. 6일 열리는 결선에서 상위 8명이 메달 경쟁을 벌인다.

이번 대회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 경기는 스피드, 볼더링, 리드 세 종목의 종합 성적으로 순위를 정한다. 각 종목의 순위를 곱해 메달을 가린다. 점수가 낮을수록 좋다.

서채현은 스피드 17위, 볼더링 5위, 리드 1위로 세 개 순위를 곱한 합계 85점을 기록, 슬로베니아의 ‘여제’ 야냐 가른브렛(22·슬로베니아·56점)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 진출자 8명 가운데 최연소이자 유일한 10대다.

서채현이 4일 오후 일본 아오미 어반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예선에서 주종목인 리드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

서채현은 경기 후 “아침에 일어나 여자배구 경기(터키와 8강전)를 봤다. 김연경 선수 너무 멋있다. (배구경기에서)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웃으며 “스피드 종목에서 개인 최고기록이 나와 기분좋다. 결승에 가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첫 종목 스피드는 15m 높이의 경사벽을 빠르게 오르는 종목이다. 20명 중 17위(10.01초)로 불안한 출발을 한 서채현은 그러나 두번째 종목 볼더링에서 5위에 랭크, 중간 순위 10위로 상승했다.

볼더링은 4.5m 높이의 암벽에 다양한 인공 구조물로 구성된 4개의 코스를 로프 없이 통과하는 경기인데, 서채현은 1,2번 코스는 가뿐히 완등했으나, 3,4번은 중간 홀드까지만 성공했다. 볼더링 성적은 ‘2T4z 5 5’. 꼭대기 홀드(돌출부)인 ‘톱’(top)을 2개 성공했고, 가운데 홀드인 ‘존’(zone)은 4번 찍었다는 의미다. ‘5 5’는 톱과 존을 각각 5번씩 시도했다는 의미다.

서채현은 마지막 종목이자 자신의 주특기인 리드에서 월등한 기량을 발휘하며 예선 최종순위를 단숨에 2위로 끌어 올렸다.

리드는 로프를 묶고 15m 높이의 암벽을 6분 안에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오를 때마다 터치하는 홀드 개수로 점수가 매겨진다.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퀵드로에 로프를 걸면 ‘완등’이다. 서채현은 완등 바로 턱밑인 홀드 40개를 오르며 리드 1위를 기록했다. 리드 2위 예시카 필츠(오스트리아)의 홀드 기록이 33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차이다.

서채현이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과 함께 찍은 사진. 서채현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클라이머이자 내 영원한 룸메 언니"라고 적었다. [서채현 SNS]

‘암벽 여제’ 김자인(33)의 뒤를 잇는 유망주로 꼽힌 서채현은 16세 때인 2019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시리즈를 통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그해 4개의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월드컵 리드 종목 랭킹 1위에 올라 무서운 신인으로 인정받았다. 자신의 SNS에 롤모델인 김자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내가 가장 존경하는 클라이머이자 영원한 룸메 언니”라고 한 서채현은 김자인처럼 리드 종목이 강점이다. 김자인은 월드컵 리드에서 2019년 10월까지 역대 최다인 2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채현의 강력한 경쟁자는 가른브렛과 예선 3위 노구치 아키요(일본)다. 가른브렛은 리드와 볼더링에서 모두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고, 32세 베테랑 노구치는 오랫동안 볼더링과 콤바인 종목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서채현이 도쿄올림픽서 새로운 암벽여제의 탄생을 알릴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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