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일본 최대 인공지능(AI) 기술 박람회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올해에는 일본의 반도체 제조 장비 대기업의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반도체 장기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및 AI 관련 수요 증가와 함께 스마트폰 및 PC 실적도 점차 회복되고 있어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실적이 V자 회복세를 타고 있다. 반도체 장비 수요는 다시 성장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여겨진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올해 후반기 스마트폰 및 PC의 수요 증가로 회복 전망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AI나 전기차(EV) 전용 반도체의 투자도 활발할 전망이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이 장치의 세계 매출액이 2년 만의 증가세로 돌아서며 지난해보다 4% 증가한 1053억달러(약 145조 6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 전망 평균치(컨센서스)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TEL)의 내년도 3월기 순이익은 4505억엔(약 4조 526억원)으로 올해 동기 대비 3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조 장비는 주로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과 가공 및 검사 등의 후공정으로 나뉘며 도쿄일렉트론은 특히 반도체 전공정에 강점이 있다. 모건스탠리MUFG증권의 와다키 테츠야 주식 애널리스트는 “전공정에서는 올해 후반 D램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수요 회복과 AI 관련 기술의 수요 확대도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일렉트론의 카와모토 히로시 상무이사는 “이번 분기 실적은 대폭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분야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에서 반도체의 자체 생산이 활발한 것도 반도체 장비 수요 회복의 이유라며 앞으로도 강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공정 장비사 디스코(DISCO)의 순이익 시장 예상 전망치는 올해 연말까지 6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코가 4일 발표한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개별 출하액은 AI·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장비 수요가 대부분이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하나야 타츠라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작업량이 많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혜택이 크다. 신생 AI가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트 패키징 생산기지와 R&D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도 올해 320억달러(약 44조3000억원) 투자를 계획했으며, 이는 지난해 대비 5% 증가한 금액이다.
SEMI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제조 장비의 세계 매출은 1240억달러(약 171조6000억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도 수치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 업계는 호불황이 몇 년 주기로 사이클처럼 반복돼 실적이 안정적이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과 PC의 수요 증가 AI, EV 확대 등으로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사이클의 진폭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도쿄일렉트론 등 닛케이 반도체 관련 주가는 현재 2022년 말보다 약 2.3배 높아져 있으며, 장기적으로도 성장 기대가 높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규제를 일본에도 요구하면서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 각 반도체 장비사의 중국 시장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오카모도 준 삼정KPMG FAS부문 부사장은 “일본의 제조 장비 제조업체의 매출은 성장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점유율은 현재 약 30%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감소 추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