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 주지 호산스님(행렬 선두)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가섭불·석가모니·정광불(연등불) 및 고려시대 스님인 나옹선사(1320∼1376)·지공선사(?∼1363)의 사리 및 편(片)을 이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 중인 고려시대 스님 사리가 국내로 돌아온다.
17일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과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 등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부처님 3명과 스님(조사) 2명의 사리 등을 인수했다. 사리 등은 조계종 대표단과 김재휘 주보스턴 한국 총영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불교식 의례를 거쳐 기증 형식으로 조계종 측에 전달됐다.
조계종이 받은 사리 등은 각각 가섭불·석가모니·정광불(연등불) 및 고려시대 스님인 나옹선사(1320∼1376)·지공선사(?∼1363)와 관련이 있다고 미술관은 밝혔다. 이번에 돌려받은 사리 등은 고려시대 공예품인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내에 있는 5개의 은제도금 팔각당형 사리구에 각각 담겨 있었다.
당초 석가모니(1과), 지공선사(1과), 나옹선사(2과) 등 세 분의 사리 4과만 5개의 작은 사리구 중 3개에 각각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계종은 이들 사리 외에 가섭불 및 정광불과 관련된 여러 개의 편(片)을 함께 가져왔다.
가섭불(迦葉佛)은 석가모니 이전에 출현한 과거칠불(過去七佛) 중 여섯 번째의 부처이며, 정광불(錠光佛)은 석가모니가 성불할 것이라고 예언한 부처다.
이들은 현세에 실존한 부처가 아닌 과거불로 여겨진다. 이에 이날 전달된 편은 법구를 화장한 후에 나온 구슬 모양 결정체를 칭하는 일반적인 사리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부처님의 법을 상징하는 넓은 의미의 사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보스턴미술관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를 모두 사리(sarira)라고 표현했다.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행렬 선두) 등 대한불교조계종 대표단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가섭불·석가모니·정광불(연등불) 및 고려시대 스님인 나옹선사(1320∼1376)·지공선사(?∼1363)의 사리 및 편(片)을 돌려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연합] |
사리 등을 가져오는 혜공스님과 호산스님 등은 오는 18일 귀국한다. 사리 등은 봉선사의 요청으로 문화재제자리찾기가 만든 사리구 재현품에 담겨 이운된다. 이어 19일에는 조계종 총무원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사리 등의 귀환을 부처님께 보고하는 고불식을 하고 이를 계기로 취재진에게 사리 등을 공개한다.
또 내달 19일 옛 회암사가 있던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사리 등을 원래 있던 곳에 봉안하는 법회를 봉행한다.
호산스님은 이날 "혹시 사리함 안에 무엇이든 있으면 모셔가고 싶다는 뜻을 앞서 전달했고, 미술관 측이 확인한 결과 편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다섯 개의 사리함에서 빠짐없이 (상징물을) 모시고 가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앞서 보스턴미술관은 지공선사 등의 사리가 담긴 사리구를 1939년 보스턴의 야마나카상회(Yamanaka and Company)라는 딜러로부터 사들였다.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원래 경기 양주시 회암사나 개성 화장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조계종은 사리와 사리구를 함께 반환받고자 했으나 미술관 측이 사리만 줄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2013년 이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논의가 재개됐다.
지난 2월 보스턴미술관, 조계종, 문화재청 등은 미술관이 사리만 조계종에 기증하고 고려시대 공예품인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를 일정 기간 한국에 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