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2월 중국 베이징의 아파트 단지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 경제 둔화 속 현지 주요 기업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에 감원을 추진했으며, 다른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복지비 등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SCMP가 중국 부동산, 인터넷, 자동차, 금융산업에서 각각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과 3대 전기차 스타트업 등 23개 사의 연간보고서를 자체 분석한 결과, 14개 기업이 지난해에 정리해고를 했고 다른 기업들은 직원 관련 비용을 줄였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동산 분야에서는 시총 톱 5개 사가 모두 지난해에 직원 수를 줄였다.
시가총액 1위 폴리부동산은 전체 직원의 16.3%인 1만1000명을 줄였다. 그린랜드홀딩스는 14.5%인 6만명을 내보냈다.
전통적으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해온 인터넷 분야에서도 비용 절감 노력 속에서 유사한 흐름이 있었다.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지난해 전체 직원의 12.8%인 2만명을 내보내며 10년 만에 최대 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알리바바는 앞서 2022년에도 직원의 7%를 내보낸 바 있다.
최대 IT 기업 텐센트는 직원의 2.8%인 약 3000명을 줄였고 올해 1분기에도 630명을 내보냈다.
SCMP는 “한때 야심 찬 비즈니스 목표를 세우고 빠르게 확장했던 인터넷 기업들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 노동인구의 약 27%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중 상당수 기업이 오늘날 그러한 공격적인 확장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매체를 인용, 비디오 게임 개발사 퍼펙트월드가 1분기에 순이익이 112% 떨어지자 지난달 말 또다시 감원을 개시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퍼펙트월드에 앞서 바이트댄스, 샤오미, 징둥, 콰이서우, 디디추싱, 비리비리, 웨이보 등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가 모두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웨이라이(니오)·샤오펑(엑스펑), 리샹(리오토) 등 전기차 스타트업 3개 업체도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지난해 모두 감원을 단행했다.
또 중국 최대 태양광 패널 기업 룽이그린에너지는 1분기 순손실 23억위안(약 4360억원)을 기록한 여파로 직원 5%를 감축할 것이라고 중국 매체 제일경제가 지난 3월 보도했다.
중국 태양광 산업도 경쟁 심화와 서방의 수출 통제로 수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국영기업이 대다수인 금융 분야에서는 증권사와 펀드사들이 대규모 감원 대신 보상금과 복지혜택을 감축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IC)는 1분기에 직원 관련 비용을 전년 동기 대비 43.4% 줄였다. 같은 시기 중신증권, CSC금융, 궈타이쥐난증권 등 톱 증권사들도 노무비를 줄였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 딩솽은 SCMP에 “경제 둔화 속 이윤이 낮은 민간기업이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반면 국영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 조정에 의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전역에서 계속되는 해고와 직원 관련 비용 절감은 내수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안정적인 수입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소비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 추세를 완화하기 위한 핵심은 민간 분야를 지원하는 공정한 투자 환경을 만들어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