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첫발 못뗀 연금개혁, 12월 넘길까

국회 연금개혁 논의가 11월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 모두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연금개혁을 ‘여야동수’의 상설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지 ‘국회 의석에 비례한’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를 구성할지 정하지조차 못하는 모습이다. 연금개혁 논의 방식을 12월 예산국회로 넘겨 다른 안건과 함께 협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여권에 따르면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5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김미애 복지위 간사 등과 회의를 가졌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보고하고 연금특위의의 조속한 구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 차관은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에도 만남을 요청했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여야가 연금개혁 논의가 첫 발조차 떼지 못한 것은 논의 방식에 대한 의견 차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와 같은 방식으로 별도의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법안을 내면 복지위 내 소위원회에서 다루자고 주장한다. 국회법에 따라 정식 상임위 내 소위원회는 정당별 의석수에 비례해 구성된다. 정부가 9월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임위 처리가 당 입장을 반영하기 더 쉬운 것이다.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등에 따른 연금액 삭감 문제를 비판한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액 인상률이 낮아지고 노후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관철시키려고 하면서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하자고 하면 왜 하느냐”며 “국회의 논의를 존중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올해 안에 모수개혁 수치는 확정 짓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 12월 예산정국과 맞물려 협의가 진전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복지위, 기획재정위원회 등 개별 상임위에서 공방을 벌이기 보다 원내대표 간 일대일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연말 예산정국 때마다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여야 이견을 보였던 부분을 처리하고 예산안을 심사해왔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당시 여야 원내대표였던 주호영, 박홍근 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했다. 여당은 야3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할 수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예산 처리라는 실리를, 야당은 국정조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부의 부실 대응을 추궁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거대 양당 원내대표 모두 한 발씩 물러났던 셈이다.

자동조정장치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을 재검토하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43% 선에 합의하는 안이 거론된다. 앞서 정부는 소득대체율 42%를 골자로 한 연금개혁안을 발표했고 21대 국회는 44% 소득대체율 합의안을 도출했다. 거대야당의 협조 없이 연금개혁이 불가능한 상황을 인정하는 대신, 올해 연말까지 모수개혁안을 완성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양당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야가 소득대체율을 (일정부분) 조정해 합의해오면 정부도 따르겠다는 입장”이라며 “올해 안에 연금특위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현주·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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