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장인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 [본인 제공]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한반도 전문가인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정치학 교수(동아시아연구소 현대한국연구센터장)는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과 관련 “한국이 다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니시노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2016년에 이미 탄핵 정국을 경험했다”며 “사회 전반에 혼란은 있어도 국정 운영은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결정은 어려우나 현재 상황은 유지할 능력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 개인의 오판’이라며 ‘한국 민주주의 위기’로 보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비상계엄 해제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상황이 빠르게 해결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선 “한미일 협력에서 걱정이 많이 된다”며 “국제정세가 급변해 일본과 한국이 협력해야 할 상황이 계속될텐데 양국의 외교당국이 한일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니시노 교수와의 일문일답.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됐다.
▶한국의 정치 상황을 늘 관찰하는 입장이라 원래 대부분의 일은 예상 가능했지만, 이번만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탄핵 표결 전에 나온) 윤 대통령 담화에서 대통령이 상당히 강한 태도를 표명해서 조금 뜻밖이었다. 탄핵안 가결에 영향을 준 것 같다.
-권한대행 체제의 우려점은?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가 되면 국정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든다. 한국이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다만 2016년도에 이미 탄핵 정국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전반적인 혼란은 있어도 국정 운영은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결정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현 상황은 유지할 능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타이밍이 비슷하다. 그때 당시에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취임하던 시기였다. 한미 관계나 한국 외교에 (과거와 비슷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의 외교 성향을 고려하면 한국 외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실무 차원에서는 한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통과후 한국 경제 어떻게 보나.
▶이제부터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한국 자체의 위기보다는 트럼프 정부 출범 등 세계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응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것에 맞게 한국 정부가 새로운 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집권 2기, 한미일 협력관계 영항은?
▶한미일 협력관계는 지난 1년 사이에 진전됐다. 미국은 이 협력관계가 발전되기를 원하고 있으나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정부는 아무래도 바이든 정부보다는 한미일 협력관계를 덜 매력적으로 볼 것이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서 한미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도 어려워졌다.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탄핵이 일본 입장에서는 큰 원동력을 상실한 거나 다름없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일본 내에서 아주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쪽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서 발전하려는 동력이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일관계 영향은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국가운영에 있어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탄핵 정국을 경험했고, 극복했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믿고 있다. 다만 한일 관계에 대한 걱정이 상당히 크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
3가지를 말하고 싶다. 먼저 현재 국제 정세가 어렵다. 한국과 일본이 해야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 양국 관계가 그렇게 나쁘진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에는 한일 관계가 안 좋았다. 두 지도자 간 성향이 잘 안 맞았다. 반대로 이시바 총리는 지지율이 낮긴 하지만 한일관계에 전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세 번째로는 한국과 일본 국민이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3가지 요소를 고려해 한일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면 좋을 지 양국 외교 담당자가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해체 및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일본 전문가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에 대해 모두가 많이 놀랐다. 하지만 이제는 탄핵안이 통과돼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낼지 모르겠지만 판결을 기다리자는 분위기다. 다만 차기 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치가 또다시 혼란에 빠지거나 정치적 갈등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은 한일 관계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걱정하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핵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한국은 북한과 대립 구도가 강해졌다. 예상되는 북한 반응은?
▶북한이 연말에 노동당 전원회의(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이때 나오는 메시지를 따라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 대해서는 윤 정부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다. 내심 이 상황(윤 대통령 탄핵)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보면 북한 입장에서도 불확실한 면이 있으니 예의주시할 것 같다.
장기적 관점으로 보자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 진보, 보수정권도 모두 의미없다(2023. 12. 30 전원회의)”는 식으로 이야기한 바 있다. 때문에 한국 상황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움직일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거래 협상을 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이번 사태로 한국이 불안정하고 민주주의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 시각도 있지만 한국 민주주의가 약하다 이런 판단보다는 언제까지나 ‘대통령이 개인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보는게 맞지 않나. 한국 민주주의나 한국 사회가 위태롭다고 보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는 아무래도 ‘대통령의 개인의 잘못’이다. 한국에서 자주 이야기하고 있듯 오히려 대통령 개인의 잘못을 제도가 바로잡아서 몇 시간 만에 계엄 해제와 탄핵이 실현된 것 아닌가.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학자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번 사태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는 2가지 유형의 선출된 권력이 있다. 대통령 직선제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다. 국회의원도 직접 뽑는다. 이런 시스템에서 한국 사회가 상당히 분열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정치 양극화가 심한데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면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국정이 마비가 될 수밖에 없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의 정치 시스템, 그리고 양극화된 정치가 만나면 한국 정치가 상당히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