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양곡법 등 6개 법안 재의요구…“국가 미래 최우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연합]


한덕수 권한대행 “헌법·국가미래 최우선”
농업4법 “막대한 재정부담·가격불안정”
野 “권한남용, 묵과않겠다” 거부권 압박


[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정부가 19일 야당 주도로 통과한 양곡법 등 6개 쟁점법안에 대해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가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겸 국무총리가 거부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야당의 ‘탄핵 압박’에도 해당 법안들이 일방처리 됐다는 점, 각 부처의 의견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청사에서 한 권한대행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6개 법안(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법안마다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짚었다.

우선 양곡관리법을 두고는 “고질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에 대해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생산이 가격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돼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과도한 재정부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미래 농업농촌을 위한 재원배분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가가 재해복구비 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가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의결기한 12월 2일에 구속받지 않고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예전과 같이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국회증언감정법을 두고는 “중요한 안건심사와 청문회에까지 동행명령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지난 17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했다. 윤 대통령이 해당 법안들에 대해 이미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었고, 한 권한대행도 이같은 입장에 힘을 실어왔다.

하지만 여야간 입장차가 첨예한만큼 한 권한대행 측은 시일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권한을 남용한다면 묵과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이날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내란수괴 윤석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죄 혐의로 고발된 점도 부담으로 꼽혔다. 하지만 해당 법안을 수용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거부권 행사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총리실도 각 부처에 해당 법안들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했는데, 부처 대부분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한 권한대행은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가 재의 요구하는 법안들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 수순을 밟게 되면서 야당의 압박은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의요구권이 의결된 6개 쟁점법안 외에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을 두고도 거부권 행사를 고심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두개 법안에 대해서는 “12월 31일 마지막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총리실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 임명 문제도 계속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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