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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곤충 한 마리가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우리의 상식을 넘어선다. 열대거세미나방이나 벼멸구처럼 국경 이동성이 강한 해충들은 인간이 설정한 ‘국경’이라는 경계를 무시하고 기류를 타고 대륙을 건너다닌다. 그래서 농가에서 발견되는 해충은 단순한 국내 발생이 아니라, 이미 국제적인 이동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해충 방제가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장에서 해충을 연구하며 늘 따라다녔던 질문이 있다. 이 해충은 어디서 시작해 어떤 길을 거쳐 우리나라에 도착했을까. 만약 그 이동 경로와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면 피해는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예찰 자료, 기류 분석, 유전체 정보 등을 종합해 해충의 이동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연구는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국제적 협력을 전제로 한 체계적인 연구는 쉽지 않았다.
이제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2026년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 30여 개국, 그리고 사업기획 단계에서 참여를 요청한 미국 하와이대·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프랑스 국립 농식품환경연구소(INRAe) 등 국제 연구기관들과 함께 국경 이동성 해충의 국제 발생 예측 및 방제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는 특정 국가와의 개별 협력을 넘어, 다자 간 국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료를 공유하고 분석을 공동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 공동연구다. 해충의 발생과 이동을 ‘점’이 아닌 ‘흐름’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사후 방제가 아닌 사전 대응에 있다. 국제 표준에 기반한 스마트 예찰 체계를 구축해 각국에서 수집된 발생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기상 자료와 기류 모델을 결합해 해충의 이동 경로를 예측한다. 여기에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지역별 개체군의 유전적 특성과 살충제 저항성까지 파악함으로써, 단순한 발생 감시를 넘어 실제 방제 전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해충이 국내에 유입되기 이전 단계에서 대응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목표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농촌진흥청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국제 협력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수행해 온 공동 예찰과 현지 협력, 그리고 국제 연구자들과 쌓아 온 신뢰가 있었기에 국경 이동성 해충을 국제적 시각에서 다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번 사업은 그 네트워크가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 하나의 연구 플랫폼으로 확장된 사례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해충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FAO에 따르면 전 세계 농작물 생산량의 약 40%가 병해충으로 인해 손실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침입 해충으로 인한 피해만도 연간 700억 달러에 이른다. 해충 대응은 더 이상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공조와 과학기술 기반의 예측 체계 없이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경을 넘는 해충은 작지만 그 영향은 크다. 이에 맞서는 과학기술 또한 국경을 넘어야 한다.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이번 공동연구가 우리 농업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세계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협력 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최광호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