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석의 시선고정]재외동포청 이전 논란 ‘갈수록 태산’… ‘인천 홀대론’인가

재외동포청, 인천시와 사전 협의 없던 게 사태만 키워
단순한 행정 논란 넘어 이제는 정쟁으로 확대
정무 감각 부재가 문제
재외동포청의 존재 이유 스스로 흔들어

지난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이 동포청 서울 이전 논란과 관련해 설명을 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제공]


재외동포청 송도 청사 이전 논란이 갈수록 태산이다. 단순한 행정 논란을 넘어 이제는 정쟁으로 치닫으면서 ‘인천 홀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왜 이지경까지 됐을까. 문제는 재외동포청이 인천시와 사전 소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의 인터뷰 발언이 촉발되면서 그 이후에도 재외동포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한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대화도 전혀 없었다.

사전 논의가 있었다면 사태의 심각성은 극도로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청장은 5개월이 돼 가는 지금도 유정복 시장과의 만남은 아예 없다.

결국 유 시장과 김 청장은 재외동포청 송도 청사 이전 논란으로 극한 대립각을 내세우는 불편한 관계가 돼버렸다.

지난 2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김 청장은 재외동포청 송도 청사 이전과 관련해 “재외동포청이 서울로 이전하는 게 기정사실처럼 단정되고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커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송도 청사 (임대차)재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천 시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려면 인천시 도움이 필요한데 협조가 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단 기준이 없다

논란의 본질이 돌변했다. 유 시장은 몰론 인천시와 대화를 해본적도 없는 상황에서 김 청장은 이제 ‘인천시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재외동포청 송도 청사를 서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김 청장의 발언은 무엇이고,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방안 논의에 재외동포청까지 지방 이전 후보군에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상황은 무엇인지, 다시 말해 서울인지, 지방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서울 이전 발언도, 인천 유지 발언도 모두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재외동포청은 정부와 협의가 있는지 의문스런 대목이다. 문제는 무엇을 기준으로 이전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지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정 효율인가, 국가균형발전 원칙인가, 재외동포청의 정체성인가, 어느 하나도 확실하지 못한 채 여론의 압력에 따라 결론을 바꾸는 모양새에 불과하다. 이는 정책 결정자가 아닌 상황 관리자의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

재외동포청은 수도권 분산과 글로벌 도시 인천이라는 상징 위에 출범했다. 그런데 정체성 없는 이전 발언을 하고 있는 김 청장은 재외동포청의 상징을 스스로 흔들고 다시 되돌리는 과정으로 보이고 있어 기관의 위상을 급격히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발언 번복으로 재외동포청은 중앙부처 접근성 때문에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어떤 이전 유치 정책에서도 치명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이전 검토’ 자체보다도 사전 협의 없었고 ▷지역사회 반응의 예측 실패와 ▷국회 외통위 답변에서조차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 등 이 세 가지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는 수장으로서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지고 있다.

인천 홀대론 인식 남겨

이번 사태를 통해 일각에서는 ‘인천 홀대론’도 나온다. 재외동포청 송도 청사 출범 2년도 채 되지 않은 국가기관이, 유치 당시와는 달리 이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과정 자체가 인천을 ‘정책 파트너’가 아닌 ‘임시 선택지’로 대했다는 인식을 남겼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청은 수도권 분산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상징을 안고 인천 송도에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중앙부처 접근성을 이유로, 서울 이전이 거론된 것은 해당 상징을 중앙정부 스스로 가볍게 여겼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행정 효율 논쟁을 넘어 지역에 대한 정책적 존중의 문제로 확장된다.

인천 홀대론이 힘을 얻는 이유는 이번 사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천은 그동안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와 기관 유치 과정에서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택됐지만, 정권과 상황이 바뀔 때마다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험을 반복해 왔다.

재외동포청 이전 논란 역시 사전 협의 없는 발언, 일관성 없는 입장 변화, 명확한 중앙 차원의 수습 부재라는 점에서 중앙이 지방정부 인천을 정책의 주체가 아닌 변수로 다뤘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특히 재외동포청은 인천의 글로벌 도시 전략과 직결된 기관이다. 이런 기관의 위치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행정 사안이 아니라 인천의 도시 위상과도 직결된다. 그만큼 이전 언급 자체가 인천 시민들에게는 상징적 박탈감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구조,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나, 주무 부처가 명확한 원칙과 메시지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인천 홀대론을 오히려 키운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인천 홀대론은 정치적 프레임이지만, 동시에 중앙정부를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지방정부와 충분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공공기관 이전 정책 자체가 지역 불신의 상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인천이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다.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에 가깝다. 유치 당시의 취지와 목적, 원칙을 흔들지 말라는 요구, 지역을 정책 결정의 동등한 주체로 존중해 달라는 요구다.

결과적으로, 재외동포청 이전 논란은 인천 홀대론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발생했다. 이는 과장된 지역 감정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신뢰 균열이 표면화 된 사건이다.

중앙정부가 명확한 원칙과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지 않는다면, 인천 홀대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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