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500조…금융사 수수료만 2조원 넘어섰다

적립금 10% 늘 때 수수료 수입은 20% 증가
비율 공시 뒤에 가려진 ‘절대 금액’…투명성 논란 확산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2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 시대를 목전에 두면서 금융회사들이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익이 연간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적립금 증가에 따라 가입자 노후자산 규모는 커졌지만,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금융사의 수익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5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495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은행·증권·보험사 등 42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가입자에게서 거둔 수수료 수익은 약 2조1285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4년 약 1조7400억원 대비 40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적립금 증가율보다 수수료 수입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른 셈이다.

적립금 커질수록 ‘자동 증가’하는 수수료 수익


퇴직연금 수수료는 적립금 규모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운용 성과와 관계없이 시장이 커질수록 금융사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 주요 사업자별로 보면 삼성생명은 약 61조원의 적립금을 바탕으로 연간 2200억원 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각각 1000억원대 중후반의 수수료 수입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위 대형 금융사 몇 곳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수료만으로도 연간 수천억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수익률과 무관한 비용 부담…가입자 체감은 ‘마이너스’


문제는 이러한 수수료 구조가 가입자의 실질 수익률과 직접적으로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은 가입자들의 경우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매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증시 회복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적립금이 늘면서 금융사들의 운용·관리 수익도 함께 증가했지만, 상당수 가입자는 체감 수익 개선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수료율 자체는 낮아졌다는 설명이 반복되고 있지만, 적립금이라는 모수가 커지면서 금융사가 실제로 가져가는 금액은 계속 늘고 있다”며 “가입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줄었다고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총비용부담률’만 공시…깜깜이 구조 개선 요구


현재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수수료를 ‘총비용부담률’이라는 비율 형태로만 공시하고 있다. 적립금 규모와 결합된 연간 수수료 총액은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입자가 자신이 맡긴 노후자금에서 한 해 동안 얼마의 비용이 빠져나갔는지 파악하려면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순 비율 공시를 넘어 금융사별 연간 수수료 총액, 가입자 1인당 평균 부담액 등을 함께 공개하는 방향으로 공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적립금 규모가 커질수록 수수료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구조 개편 논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퇴직연금이 국민의 핵심 노후자산으로 자리 잡은 만큼, 시장의 외형적 성장만큼이나 비용 구조의 투명성과 형평성에 대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파편화된 공시 정보를 통합해 가입자가 자신의 노후 자금 흐름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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