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반복 노동 기계가 맡아야”
노조 우려 진화 목소리
“병원 약 배송부터 출입관리까지…이미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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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동진 현대차 로보틱스랩장이 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에서 열린 ‘제4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사업을 총괄하는 현동진 로보틱스랩장(상무)이 “로봇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질병과 위험을 대체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생산 현장 로봇 투입 가능성을 두고 노동조합 내부에서 고용 위기를 점치는 분우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위한 발언으로 읽힌다.
현 상무는 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에서 열린 ‘제4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강연에서 “5㎏이 넘는 물체를 반복적으로 다루는 작업은 작업 시간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영역을 대체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AI)이 환경을 인식해 기계로 전환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계속적인 기술 고도화와 함께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노조가 제기하는 ‘무인공장’과 ‘일자리 소멸’ 우려에 선을 긋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 상무는 또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기술만으로 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엔지니어들의 지속적인 고민과 함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아직 그 논의를 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더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가치와 제도로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며 “엔지니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디스토피아적 상상보다 로봇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때 보다 건강한 기술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생산 현장 로봇 투입을 둘러싸고 강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노조는 최근 현대차그룹 최고 전략 회의인 글로벌리더스포럼(GLF)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DF247(24시간 7일 무인 가동)’ 개념을 언급하며 “사람을 배제하고 인공지능 기반 로봇만으로 운영되는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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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의 로봇 플랫폼 ‘모베드’ 특성 |
이날 현 상무는 로봇 기술을 생산 현장이 아닌 일상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데 주력했다. 차세대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를 소개하며 “일상적으로 보면 짬뽕 국물을 비닐랩 없이도 흔들리지 않게 배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범프를 넘을 때도 적재물이 덜컹거리지 않고 항상 플랫하게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베드는 ‘할머니도 향유할 수 있는 자율주행’을 목표로 한다”며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는 병원, 건물, 보도블록에서 쓰일 로봇은 공도 자율주행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로봇 기술이 이미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한림대 성심병원에서는 자율주행 로봇이 약제 배송을 담당하고 있으며, 배송 이력과 이동 기록이 축적되고 있다. 고령화로 의료 인력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로봇이 ‘돌봄 인력의 빈틈’을 메운다는 설명이다.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얼굴인식 알고리즘은 이지스 빌딩을 비롯해 현대차·기아 공장 출입문 관리에도 실제 적용되고 있다. 현 상무는 “직원들이 커피를 들고 이동할 때 사원증을 태그하지 않아도 얼굴 인식만으로 출입이 가능하다”며 “로봇에 쓰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출입관리, 보안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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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단일 로봇이 아닌, 필요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 이동 플랫폼이다. 상단에 다양한 모듈을 얹을 수 있어 쓰임새가 크게 달라진다. [모베드 제품소개서 갈무리] |
현 상무는 피지컬 AI를 둘러싼 과열도 경계했다.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과 실제 기계 적용은 ‘모델링’이 핵심인데, 관련 툴과 플랫폼이 확산되며 기술의 상향평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큰 시장과 반복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화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유리한 면이 있다”며 “본질은 사람들이 얼마나 쓰느냐(매출·사용 빈도)”라고 말했다.
글로벌 자본 격차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중국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순신 장군의 12척 배처럼 치열하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차 로보틱스랩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관계에 관해서는 “기술의 뿌리는 결국 수학과 컴퓨터사이언스라 서로 이해가 깊지만, 타깃 마켓이 다르다”며 “로보틱스랩은 소비자 곁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현 상무는 로보틱스 확산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기능”과 “살 만한 가격”을 제시했다. 그는 “공용화·표준화·모듈화 같은 엔지니어링 노력이 병행돼야 로봇이 서비스로 들어가며 향유하는 사람이 늘고, 그때 산업과 사회를 바꿀 파급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로, 엔지니어의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디스토피아적 프로젝션보다, 기술로 사회 문제를 어떻게 풀지 논의해 달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