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프라 기반 예금토큰, ‘결제혁신’ 만든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 본격 가동
한은·은행·유통업계 잇단 업무협약
사용처 늘리고 편의성도 크게 개선
민간스테이블코인 논의 ‘잠잠’ 호재


이창용(가운데) 한국은행 총재와 이호성(오른쪽) 하나은행장 , 민승배 BGF리테일 대표이사가 2일 업무협약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디지털 예금토큰 실증사업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 본격 가동에 앞서 금융·유통업계와 연이어 손을 잡고 있다. 지난해 1단계 실거래 시범 사업에서 지갑당 평균 거래가 2건에도 못 미쳤던 부진을 딛고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신한금융그룹과 ‘프로젝트 한강’ 2단계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데 이어 기업·하나은행을 비롯해 GS·BGF리테일 등 유통업체들과도 MOU를 맺었다.

하나은행과 BGF리테일은 편의점 CU의 네트워크 토대로 결제 편의성을 제공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와 연동한 예금토큰을 전국 1만9000여곳의 매장에서 바코드·QR 등 방식으로 상용할 수 있게 된다. BGF리테일은 기존 ‘POS(판매 정보 관리) 시스템’을 최적화해 점주의 추가 부담 없이 결제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이번 프로젝트 참여 및 업무협약을 통해 하나은행이 예금 토큰 시장 확대를 리드하고, 소상공인의 정산 효율성 증대와 소비자의 새로운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 상생형 디지털 생태계의 모범 사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그룹이 보유한 생활금융 플랫폼을 활용해 공공배달 앱 ‘땡겨요’ 결제를 비롯해 신한EZ손해보험의 여행자보험 납부 등 실생활 영역에서 예금 토큰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GS리테일은 ▷디지털화폐 및 예금토큰 기반 결제·정산 시스템 구축 ▷GS25 매장 내 결제 환경 조성 ▷상용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공동 연구·개발 등에서 협력한다. 올 하반기부터는 전국 GS25 가맹점에서 예금토큰을 활용한 결제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기관·업체와 함께 예금토큰의 사용처를 넓히기 위한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반기 예정인 프로젝트 한강 실거래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차원이다.

프로젝트 한강이란 한은과 참여 은행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인프라를 활용해 예금토큰을 발행·유통하는 디지털 화폐 실거래 시범사업이다. 기존 거래보다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혁신 지급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시장에서는 부진한 평가를 받았던 1단계 사업과 달리 이번 2단계 프로젝트에서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 실거래 시범사업에서는 전자지갑 기준으로 총 8만1000명이 참가했는데, 거래 건수는 11만4880건에 그쳤다. 지갑당 평균 거래 건수가 2건에도 못 미쳐 참가자들이 시험 삼아 한 번 써보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단계 사업 부진의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예금토큰 사용처가 적었고 활용 방안이나 편의성도 미흡했다. 여기에 민간 스테이블코인 ‘열풍’도 프로젝트 한강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이번 2단계 프로젝트에서 한은은 협력 은행들과 사용처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번 사업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부산은행 등 기존에 참여한 은행들에 더해 경남은행과 iM뱅크까지 총 9개 은행이 참여한다.

사용자 편의성도 개선한다. 한은은 개인 간 송금, 생체인증, 예금토큰 자동 입출금 등 편의성 제고 기능을 개발했다. 새로운 기능이 적용되면 예금토큰을 이용해 개인 간 송금을 할 수 있고, 지문 등 생체인증으로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민간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가 잠잠해진 것도 2차 프로젝트에는 호재다. 여기에 BIS(국제결제은행)에서 예금토큰의 중요성을 설파해온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가 이달 말께 취임하면 프로젝트 한강 사업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관계자는 “1단계 프로젝트와 관련해 홍보 등 측면에서 여러 의견이 있어서 이번에는 보다 더 (홍보에)관심을 갖고 있다”며 “미래 인프라를 시범적으로 만들어서 점점 확대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당장 할인을 많이 해주거나 인센티브를 늘리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은행들이 판단해서 자체적인 할인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벼리·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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