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조사 인력 80여명, 금융위 10명안팎
디지털화·지능화 범죄 증거 신속 확보가 핵심
인지수사권에 강제조사권 확보 통제 방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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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서상혁·김은희 기자] 정부가 금융위원회의 강제조사권을 금융감독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22년 만의 권한 복원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문 조사 인력을 다수 보유한 금감원이 강제조사권까지 확보할 경우 각종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범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민간 기구인 금감원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11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법제처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금융위원회의 강제조사권을 금융감독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제조사권은 압수수색, 현장조사, 영치 등을 포함하는 권한이다. 금융감독원은 과거 정부로부터 강제조사권을 위탁받아 행사했지만, 2004년 감사원이 “민간 기구가 강제조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현재는 임의조사권만 보유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강제조사권은 금융위원회 소속 조사공무원만 행사할 수 있다. 이번 개편이 현실화하면 약 20년 만에 권한이 복원되는 셈이다.
강제조사권 복원은 금융감독원의 오랜 숙원 과제로 꼽혀왔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금융위에 권한 위탁을 요청했고,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관련 안건이 논의됐다. 그러나 “민간 기관에는 부적절하다”는 감사원의 기존 논리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다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검토를 지시한 만큼 실제 법령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이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 온 ‘실용주의’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력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융위원회보단 전문 인력을 다수 보유한 금감원에 위탁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현재 금감원의 조사 인력은 약 80여명인 반면, 금융위는 10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불공정거래 혐의 사건은 총 98건에 달할 정도로 사건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의 조사 인력으로 대응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강제조사권을 확보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 범죄가 디지털화·지능화되면서 초기 단계에서 전자기기와 금융자료 등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부터 올해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의 ‘슈퍼리치 시세조종’ 등 여전히 주가조작 범죄는 들끓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사 기자들의 선행매매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부가 불공정거래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개편이 시장에 강력한 경고 시그널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주가 조작은 꿈도 못 꾸도록 엄정 대응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불공정 거래 엄벌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 달 인지수사권을 부여받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과의 상승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즉각 수사에 연계할 수 있어 사건 처리 속도와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금융당국의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조사 역량도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합동대응단 인력 상당수가 금융감독원 조사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강제조사권까지 갖게 되면 불공정 거래 포착 역량이 배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62명 정원인 합동대응단의 규모를 100여명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확정 짓고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실무 협의 중이다.
한편으로는 거대해질 금감원의 권한을 어떻게 통제할지는 숙제다. 지난 달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이 부여되면서, 이론적으로 금감원이 관여하는 모든 불공정 거래 사건은 수사 전환이 가능해졌다. 하반기 검찰청 폐지로 특사경 통제 조직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강제조사권까지 쥐는 건 과하다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시장에선 “거대 공룡의 탄생이 임박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민간 조직인 금감원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권한을 갖는지에 대한 논란에도 부딪힐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경우 금융정보를 받으려면 여러 절차가 필요한데 금융감독원은 자체적으로 관련 정보를 취합할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이 커지게 된다”며 “앞으로의 논의 방향은 인권 침해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분야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강제조사는 개인의 사적인 정보까지 들여다보는 것인데 냉정하게 말하면 금감원은 민간 조직으로 최종 권한을 금융위에 둔 것도 행정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