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디지털자산 매매, 자금세탁방지 등 투명성 관건

FIU, 거래소에 법인 시장 대비 자료 요구
당국 현황 파악 나서자 문호 개방 기대감
자금세탁방지 체계 등 투명성 강화 과제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법인 시장 대응 현황 파악에 나서면서 법인 문호 개방 시점이 주목받고 있다. 거래소는 법인 영업 강화에 나서는 등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제시한 투명성 제고 조건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자금세탁방지(AML) 대응 체계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개방 시점도 지연될 거란 관측이다.

26일 디지털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 지난 7일까지 기존 법인 시장 대응책과 무관하게 별도로 준비 중인 추가 대응책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FIU는 이에 앞서 지난 4일 자금세탁방지(AML) 준비 내역을 각 거래소에 요청하는 등 이달 들어 법인 시장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현황 파악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상장법인의 매매 허용을 앞둔 시그널로 해석한다. 지난 2월 법인 매매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유관기관 태스크포스(TF)를 마지막으로 대외 움직임이 없던 당국이 거래소를 중심으로 법인 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다. 실제 일부 거래소는 다음달께 법인 시장이 열릴 걸로 보고 법인 영업에 힘을 싣고 있다고 한다. 법인 매매는 별도 법 개정 없이 금융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후 시범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만큼, 당국의 판단이 관건이다. 금융위가 당초 지난해 하반기 시행을 예고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법인 시장이 시일 내 열리기엔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맞선다. 금융당국이 제시했던 조건들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지난해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상장법인과 전문 투자 등록법인 매매를 허용하면서 병행해야 할 사안으로 ▷공시 강화 ▷회계처리 명확화 ▷자금세탁방지 등 투명성 제고방안을 꼽았다. 특히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한 보완 가이드라인 및 모니터링 방안 마련 후 허용”이라고 방향성을 밝혔다.

이를 토대로 법인 시장 준비 상황을 비춰 보면, 자금세탁방지 체계는 여전히 걸림돌에 해당한다. 트래블룰(자금이동추적규칙) 및 의심거래보고(STR) 기준 강화 등 자금세탁방지를 고도화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FIU는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특금법 전면 개정을 올해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로 꼽고 거래소 등 업계 의견을 모으고 있다. 개정안은 기존 100만원 이상 이전 거래에 해당하는 송수신업자의 고객확인의무(KYC)를 100만원 미만에도 적용하고, 송금 규모 1000만원 이상을 의심거래로 간주해 보고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거래소 차원에서 AML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법도 있다. 인력 충원과 인공지능(AI) 고도화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다만 숙련된 AML 인력을 확보하는데 제약이 있고, 갈수록 자금 세탁기법이 발전하면서 인력이 개별 사례를 들여다봐야 하는 업무 특성상 AI도 한계가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AML 관련해서 당장 거래소 차원에서 더 대응해야 할 부분은 사실상 없다”고 했다. 결국 자금세탁방지 강화를 위한 실질적 대응은 제도 개선이라는 설명이다.

전직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 특성상 AML을 가장 들여다봐야 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됐고 특금법 시행령까지 일련의 체계를 만들어 둬야 법인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법인 시장이 지연될 수 있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제시한 조건 중 나머지 두 가지에 해당하는 공시 및 회계처리 강화 기준은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법인 시장이 열리면 상장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금융투자상품 잔고 100억원 이상) 약 3500개사가 시장의 잠재적 참여자가 된다. 이들은 법인 원화 계좌를 열고 가상자산을 투자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 중심 디지털자산 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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