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붕년 교수 “미디어 몰입, 뇌 발달에 부정적…10대 중반까진 문화예술 활동해야”[인터뷰]

청소년기, 영유아기 이어 두 번째 발달 시기
“입시 경쟁 외 자발적 활동 시간 줘야”
교육진흥원과 협업…문화예술 교육 중요성 강조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아이들에게 중학교 때까지만이라도 자율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김붕년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30년 동안 수십만 명의 아이들과 상담하며 뇌를 연구해 온 발달 뇌과학의 권위자다. 그는 아이들의 균형 잡힌 뇌 발달을 위해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이 개최한 ‘2026 문화예술교육 국제 심포지엄’에 연사로 참여한 김 교수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만났다.

-문화예술 교육이 아동의 뇌와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013년부터 3년 정도 교육진흥원과 문화예술 교육 사업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를 했다. 6개월간 주 1회씩 문화예술 교육을 받는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 50명을 3개 학교에서 모았다. 그 시기 아이들이 6개월 사이에 뇌 변화가 생기는 게 쉽지 않은데, 놀랍게도 MRI에서 전두엽의 기능과 구조적 연결망이 상당히 많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 교육이 단순히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 발달에도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2017년부터는 서울시교육청, 지방 교육청, 경찰청의 요청으로 학교폭력 가해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연구를 시작했다. 서울을 비롯한 12개 도시에서 36개 병원이 함께 참여해 조건부 훈방 아이들 약 400명에 대한 조절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때 예술 교육을 중간에 넣어 시를 쓰고, 고통받는 아이들의 시를 읽으면서 자기가 느꼈던 감정과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하도록 했다. 프로그램 시작 전과 종료 후 MRI를 찍었는데, 정서적 조절 능력이 향상되면서 폭력, 불안, 공격성과 관련된 뇌 회로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걸 확인했다. 약물 치료 외에도 문화예술 교육으로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상당히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4~7세가 공부하는 뇌를 위한 조절 능력과 정서 지능이 만들어지는 시기라고 얘기해 오셨다. 최근 유아 시기부터 스마트폰 등 미디어 노출이 많은데, 이러한 환경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만 3세 이전 디지털 노출은 굉장히 위험하다. 아무것도 안 하긴 어려우니 약간의 활동을 양육자와 함께하는 건 가능하지만, 아이에게 쥐여주고 방치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그 시기에 아이들이 배워야 할 건 본인 몸을 쓰는 활동이다. 그래야 운동 조절이 발달하고, 상호작용을 해야 언어 능력이 발달하고, 놀이를 같이 하면서 공감 능력과 사회성이 발달한다. 그런 실질적인 활동을 뺏어버리는 게 스크린 타임이기 때문에 가급적 3세 이하에는 1시간 이내, 5세 이하에는 2시간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한다. 그때도 부모가 같이 참여해 실제 모델이 되는 게 좋다. 그 과정에서 노래, 그림, 운동 같은 문화예술 활동은 굉장히 도움이 된다.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과 수동적 자극, 도파민 중독이 만연해 있다. 문화예술 활동을 비롯한 직접 경험과 지연된 보상은 뇌를 회복시킬 수 있나.

▶본인이 주체가 돼서 하는 게 진짜 활동이다. 뇌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두엽 발달과 전두엽 조절 능력을 담당하는 영역이 같이 활성화되는 거다. 그냥 보기만 하는 건 연결망을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 그 부위를 자극하는 걸로 끝난다. 아이들의 균형 잡힌 발달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의 차이를 우리 뇌에서는 다 알고 있다.

뇌는 가소성(plasticity)이 있다. 외적 자극으로 내적 변화가 효율적으로 나타난다. 영유아기의 가소성이 10이라면 아동기 때 5 정도로 떨어졌다가 청소년기에 다시 10까지 올라간다. 영유아기가 가장 중요하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게 청소년기다.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그런데 교육 현장에선 입시 위주의 과목만 중시되고 문화예술 교육은 등한시되는 면이 있다.

▶아쉬운 일이다. 영유아, 초기 아동기 때는 공부 압박이 많지 않은데 아동기 후기부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관리에 들어간다. 고등학교 때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중학교 시기까지만이라도 아이에게 조금 자유를 줘서 학업에 매몰되지 않고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 시간을 하루에 한 시간 반 정도만 가진 아이들도 훨씬 더 건강해진다. 우울, 불안, 공격성 같은 정신 건강 문제도 전반적으로 줄일 수 있다. 미국이나 호주 아이들은 고등학교까지 3시간씩 운동해도 대학을 다 간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고등학교 입학하는 순간 거의 감옥에 가는 상황이고, 중학교도 상당한 아이들이 어딘가에 끌려간다. 현실적인 타협점으로 중학교만이라도 살려 주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 입시 경쟁에 내몰리더라도 조금 더 자기를 추스를 수 있는 힘을 얻어서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아이들이 여러 정서적 문제를 겪고 있다. 교수님이 보기에 특히 심각한 문제는.

▶자살률이 높은 것도 문제인데 자해 빈도도 보통 일이 아니다. 건강한 아이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해를 많이 한다. 특정 질환이 패턴으로 유지되지는 않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이가 우울증이 생기거나, 우울증 아이가 폭력 문제를 일으키는 등 다면적이다. 정신 건강 문제라는 큰 틀에서 보고 그 문제에 영향을 주는 것을 파악해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청소년기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디지털 미디어에 완전히 몰입돼 있어서 거기서 관계를 만들고, 좌절하면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경쟁적인 문화 안에서 낙오되면 절망감의 수준이 엄청나다. 문제는 그게 24시간 작동한다는 거다. 집에 와도 휴식 상태가 아니게 된다.

입시 경쟁 등 사회적 압력과 24시간 미디어에 노출된, 자발적 활동이 위축된 상황 등이 다 연관돼 있다. 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은 자발성과 자발성을 키워주는 환경, 즐거움을 느끼면서 상호 교류하고 그룹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능력 등인데 사회적으로 그걸 다 조각내버리고 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국가적·사회적으로 꼭 바꿔야 할 부분은.

▶정책적으로 문체부, 교육진흥원에서 계속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건 고무적이다. 교육의 질이 굉장히 높은 나라고, 기본적으로 좋은 선생님이 있다. 역량을 적절히 발휘할 기회가 잘 제공되면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적으로 그 부분을 풀어가야 한다.

다만 공교육에 다 기대할 수 없는 게 부모들은 사교육에 몰두한다. 먼저 부모들이 달라져야 한다. 중학교까지는 아이한테 좀 더 놀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두 번째는 교육 제도가 좀 덜 경쟁적인 걸로 바뀌어야 한다. 세 번째는 공교육 시스템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거다. 교육진흥원에 예술사 프로그램이 있는데, 전문가들을 학교에 보내 예술 프로그램을 학교 선생님 및 친구들과 함께하게 만들어주는 거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다.

이러한 일들이 잘 된다면 경쟁적인 교육 제도가 바뀌기 힘들더라도 아이들은 훨씬 더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할 거다.

한편 김 교수는 올해 국제 심포지엄에서 뇌신경과학으로 본 문화예술 교육 효과 분석을 주제로 발제했다. 교육진흥원의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국제기구) 인준 추진과 연계해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에는 국내는 물론 미국, 호주,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 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교육을 위한 효과 측정 방법론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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