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높아도 금융행위 점수↓…지식-행동 괴리 커
“은퇴가구 32.5% 생활비 부족…공적 자문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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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구 [헤럴드DB]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이자율은 알지만 가계부는 안 쓴다.’
한국 성인의 금융생활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금융 ‘지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돌지만, 정작 소득·지출 관리나 장기 재무계획 같은 ‘실천’으로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은퇴를 앞뒀거나, 이미 은퇴한 중·고령층에게서는 이런 괴리가 더욱 도드라지면서, 금융역량 사각지대가 넓다는 점이 지적된다.
보험연구원은 26일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 세미나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정책 추진 현황과 중고령소비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의 핵심은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였다. 허수정 금감원 금융교육기획팀장은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은 65.7점으로 2022년(66.5점)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OECD 평균(62.7점)은 여전히 웃돈다.
문제는 내용물이다. 금융지식이 73.6점으로 비교적 높은 반면, 평소 재무상황 점검이나 장기 재무목표 설정 같은 금융행위 점수는 64.7점에 그쳤다. 세부 항목을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이자 개념(96.7점)이나 위험과 수익의 관계(90.6점) 같은 기초 지식은 매우 높지만 ▷복리 계산 44.9점 ▷인플레이션과 구매력 관계 56.6점 등에 머물렀다.
행동 측면에서도 적극적 저축 활동(98점)이나 가계수지 적자 해소(88.7점) 같은 단발 행동은 잘하지만, 평소 재무상황 점검(43.4점)이나 장기 재무목표 설정(42.5점) 등 꾸준한 실천을 필요로 하는 항목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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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허수정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제공] |
허 팀장은 금융역량은 금융이해력이 실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구체적 행동이라며, 금융교육도 ‘배운 내용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 등 16개 금융교육기관의 교육 실적은 2023년 95만5000명에서 2025년 123만7000명으로 늘었다.
이어 발표에 나선 변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국 55~79세 중고령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은퇴가구의 32.5%가 지난 1년간 생활비 부족을 경험했고, 부채를 가진 응답자(전체의 49.2%) 중 61%는 빚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노후 돌봄 비용에 대해 저축이나 보험, 재산 처분 등 구체적 계획을 하나라도 갖춘 응답자는 47%에 그쳤고, 건강 악화에 대비해 자산관리를 위임해 둔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장례비용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54.7%에 달했다.
전문 금융자문을 활용한다는 비율은 25%에 그쳤다.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서’(51.5%)가 가장 많았고, ‘관리할 돈이 너무 적어서’(28.9%)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금융역량 취약 집단일수록 자신의 금융 지식 수준을 과신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취약 집단의 27.1%가 자신의 역량을 과신했는데, 비취약집단(13.9%)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스스로 잘한다’는 응답 뒤에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려져 있는 셈이다.
변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식만으로는 금융후생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실제 금융행동의 변화가 핵심”이라며 “신뢰할 수 있는 무료 공적 재무관리 서비스의 홍보를 강화하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재무진단의 사용 편의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신용·부채 컨설팅 등 대면 상담 채널도 적극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