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우울감 심각…중학교까지는 풀어줘야”

‘뇌과학 권위자’ 김붕년 서울대병원 교수
아동 자해·우울증·폭력·자살 증가세
“지나친 입시경쟁과 디지털미디어 때문”
“학업외 자율 문화예술활동 보장해야”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우리나라 아이들은 아동기 후기부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관리’에 들어가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거의 감옥에 가는 상황입니다. 중학교까지만이라도 살려 주면 고등학교 때 입시 경쟁에 내몰리더라도 좀 더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발달 뇌과학 권위자인 김붕년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아이들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우려하며 사회적 변화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입시 경쟁은 오히려 심화했고, 아이들의 정신 건강은 더 악화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정신 건강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 환자는 35만명을 넘어서며 2020년 대비 7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개최한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 연계 ‘2026 문화예술교육 국제 심포지엄’에 연사로 참여한 김 교수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아이들이 자살률 증가와 함께 자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폭력 등 다면적인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이유를 ‘디지털 미디어’와 ‘입시 경쟁’에서 찾았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입시 경쟁과 미디어에 24시간 노출돼 있다”면서 “디지털 미디어에 완전히 몰입돼 거기서 관계를 만들다 보니 좌절하면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디어 노출은 뇌와 정서 발달을 가로막는다. 뇌는 외적 자극으로 내적 변화가 효율적으로 나타나는 ‘가소성(plasticity)’이 있는데, 영유아기가 10이라면 아동기 때 5 정도로 떨어졌다가 청소년기에 다시 10까지 올라간다. 때문에 영유아기와 청소년기에 미디어 노출 대신 자발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는 “만 3세 이전 디지털 노출은 굉장히 위험하다. 스크린 플레이만 하는 건 뇌 발달에 별로 영향이 없다. 가급적 3세 이하에는 1시간, 5세 이하에는 2시간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한다”며 “본인이 주체가 돼서 하는 직접 활동은 전두엽과 조절 능력을 담당하는 연결망을 같이 활성화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의 뇌 발달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중학교 때까지만이라도 자율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며 “그런 시간을 하루에 한 시간 반 정도만 가져도 우울, 불안, 공격성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전반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체부, 교육진흥원에서 계속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고무적으로 봤다. 다만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 공교육에 한계가 있는 만큼, 먼저 부모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우선 부모들이 중학교까지는 아이한테 좀 더 놀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고, 교육 제도 역시 좀 덜 경쟁적인 걸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공교육 시스템도 이러한 상황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일들이 잘 된다면 경쟁적인 교육 제도가 바뀌기 힘들더라도 아이들은 훨씬 더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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