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내구 레이스 13위 결승선 통과
평균 시속 220.59㎞로 5068㎞ 주행
정의선 회장 결심후 500일만에 출전
대회 주행 데이터, 양산차 개발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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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19번 GMR-001 하이퍼카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결선에서 주행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피트에 들어와 정비와 급유를 받고 있는 모습. [로이터·AFP] |
현대자동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클래스 데뷔전에서 완주에 성공하며 한국 모터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수십 년의 레이스 경험을 쌓아온 글로벌 제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첫 무대에서 얻어낸 성과다.
제네시스 공식 모터스포츠팀인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13~14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제94회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클래스에 처음 출전해 #19 GMR-001 하이퍼카를 완주시키는 데 성공했다.
#19 차량은 총 372랩을 주행하며 전체 1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4시간 4분 동안 5068㎞ 이상 달렸다. 평균 속도는 시속 220.59㎞에 달했다. 297랩에서 기록한 베스트랩은 3분27초64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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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르망에는 총 62대가 출전했다. 이 가운데 제네시스가 참가한 최상위 하이퍼카 클래스에는 18대가 나섰다. 경기 결과 하이퍼카 18대 중 14대만 완주에 성공했고, 나머지 4대는 중도 탈락했다. 리타이어 차량은 페라리 50번, BMW 15번, 제네시스 17번, 캐딜락 38번 차량이다.
특히, 제네시스의 완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하이퍼카 클래스의 높은 진입 장벽 때문이다. 르망 24시간은 단순히 빠른 차를 가리는 대회가 아니다. 차량 성능과 내구성, 드라이버 체력, 피트 전략, 팀 운영 능력, 돌발 상황 대응력까지 모든 요소가 검증된다. 24시간 동안 5000㎞가 넘는 거리를 쉼 없이 달려야 하는 만큼 완주 자체가 하나의 성취이자 기술력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레이스가 끝난 뒤 관중들이 극한의 주행을 버텨낸 드라이버와 팀들에게 박수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하이퍼카 클래스 데뷔팀들의 성적은 녹록지 않았다. BMW는 2024년 하이퍼카 클래스 복귀 첫 해 2대를 출전시켰지만 모두 리타이어했다. 프랑스 브랜드 알핀 역시 같은 해 데뷔전서 2대 모두 엔진 문제로 탈락했다. 신생팀이 첫 출전에서 완주를 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이유다.
제네시스 역시 순탄한 레이스만 펼친 것은 아니었다. 함께 출전한 17번 차량은 경기 중반 한때 4위까지 올라서며 강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예선 격인 하이퍼폴에서도 19번 차량이 6위, 17번 차량이 9위를 기록하며 두 대 모두 톱10에 진입했다.
하지만 17번 차량은 완주까지 약 7시간 30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사고를 당했다. 차량이 코너를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연석을 강하게 밟으며 서스펜션에 손상이 발생했고 결국 리타이어했다. 경기 초반부터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며 상위권 경쟁을 벌이던 터라 팀 내부의 아쉬움도 컸다.
반면 19번 차량은 위기를 극복하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경기 중 시스템 이상으로 차량이 멈춰서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드라이버가 직접 시스템을 재가동해 트랙으로 복귀했다. 이후 팀은 정교한 피트 전략과 안정적인 운영으로 완주를 이끌어냈다.
업계에서는 제네시스가 거둔 성과를 두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결단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터스포츠는 막대한 개발비와 물류비가 필요한 분야다. 폭스바겐도 2020년 모터스포츠 사업부를 폐쇄하고 관련 활동에서 철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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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DO 겸 CCO가 13일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 제조사 빌리지 내 제네시스 부스에 전시된 차량과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
정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르망 현장을 직접 찾아 드라이버와 엔지니어들을 격려하고 경기를 지켜봤다. 제네시스가 단순한 럭셔리 브랜드를 넘어 고성능 브랜드로 도약하는 상징적 순간에 직접 힘을 실은 것이다.
제네시스의 르망 도전은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가 아닌 그룹 차원의 장기 투자와 전략적 결단이 뒷받침된 행보다. 실제 제네시스는 모터스포츠 진출 결정 이후 약 500일 만에 르망 하이퍼카 클래스 정식 무대에 섰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디자인책임자(CDO) 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는 지난해 “제네시스를 모터스포츠에 진출시키자고 최고경영진에 제안했고 단 사흘 만에 ‘해보자’는 답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완주는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대모터스포츠 관계자는 “하이퍼카에는 수백 개의 센서가 장착돼 있어 대회가 끝날 때마다 200~300GB 규모의 주행 데이터가 쌓인다”며 “이 데이터를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AVP본부 등에서 고성능 양산차 개발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망 24시간은 단 한 번의 완주로 경쟁력이 완성되는 무대가 아니라, 해마다 차량을 개선하고 팀 운영을 정교화하며 드라이버 라인업과 레이스 전략을 다듬어야 하는 장기전이다. 한국인 드라이버 육성, 하이퍼카 클래스에서의 안정적인 상위권 경쟁, 반복적인 완주 경험 축적은 제네시스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시릴 아비테불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총감독은 “르망 24시간이라는 가혹한 무대에서 완주라는 성과를 이뤄낸 팀과 연구원들에게 감사한다”며 “비록 17번 차량은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레이스 전반부 내내 강력한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다음 도전은 다음달 10~12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WEC ‘상파울루 6시간’이다. 르망에서 확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네시스의 고성능 브랜드 도전은 이제 본격적인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은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7번 차량이 차지했다. 우승 차량은 381랩을 기록해 제네시스보다 9랩을 더 달렸다. 2위는 BMW M 팀 WRT 20번 차량, 3위는 토요타 8번 차량이 오르며 토요타는 포디움에 두 대를 올렸다.
토요타는 이번 우승으로 4년 만에 르망 정상에 복귀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토요타는 페라리에 3년 연속 우승을 내준 뒤 올해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르망(프랑스)=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