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구조 바꾸고, 성인지적 정치 구조 재편 필요
흩어진 여성 목소리 연결하는 네트워크 확장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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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희 대표는 여성 정치인의 숫자는 늘었지만 정당 구조와 정치 문화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현실을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제공 |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과거에 비해 여성 정치인 수는 늘었지만, 정당 구조와 정치 문화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게 현실입니다. 이제는 숫자의 확대를 넘어 정치 구조 자체를 성인지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1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정치 참여 확대의 성과와 한계를 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로 2020년 7월 발생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꼽았다. 그는 당시 사건이 함께 활동하던 여성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으며, 여성 정치의 목소리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성평등한 정치 문화 조성을 목표로 전국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직 조직적 기반이 크지는 않지만 여성 정치의 공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 민주노동당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국회의원 후보 출마 경험 등을 거치며 여성 정치 의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에는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과 피해자 지원 활동에 집중했다.
그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 불법 촬영물과 사이버 성폭력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화·산업화된 범죄라는 점을 알리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단체의 정체성은 ‘네트워크’다. 일각에서는 정당 창당 필요성도 제기됐지만, 양당 체제가 견고한 현실에서 당장 정당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신 여성 정치 세력화를 위한 다양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활동은 여성 정치 의제를 알리는 ‘스피커’ 역할이다. 여성 정치인의 수는 늘었지만 여성의 관점에서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정치적 발언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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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여성의 정치 참여와 성평등한 정치 문화 조성을 목표로 전국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제공 |
이 대표는 여성 정치의 목소리를 내야 할 현안이 적지 않지만 정당 구조가 여성 정치인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정치인이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면 정당이 개인을 보호하기보다 부담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여성 정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치 참여 저변 확대와 안정적인 활동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 이 단체는 교육과 조직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페미 스쿨’은 현재 2기째 운영 중인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국 각지의 참여자들이 함께 페미니즘과 정치 이슈를 배우고 토론하며 글을 쓰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부산, 제주 등 전국 각지의 참여자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출석 확인과 리포트 제출, 초빙 강연 등 체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에서 여성 정치를 함께 고민하고 목소리를 낼 동료를 만나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성 정치 참여의 제도적 진전은 분명히 있었다고 평가했다.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여성 정치인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제도 개선의 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형식적 제도 개선과 실제 정치 문화의 변화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여성 비율은 높아졌지만 정치적 위계가 올라갈수록 여성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 집중되고 상위 구조로 올라가기 어려운 피라미드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당 내 공천 과정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여성 후보 비율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여성 후보를 공천한 뒤 다시 남성 후보 중심 구조로 회귀하는 사례도 있다며, 정당 내 남성 중심 구조가 여성 후보의 발탁과 성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재구조화하지 않으면 여성 정치인의 진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정당의 성인지적 재구조화를 요구하고, 다양한 정당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을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국제 연대도 준비 중이다.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도 한국 여성 정치 상황에 관심을 보이며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여성 정치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단체가 많지 않은 만큼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단체들과의 국제 행사에도 참여하며 한국 여성 정치 의제를 알리고 있다. 그는 국제 활동에 관심 있는 젊은 여성들과 함께 한국 정치의 남성 중심적 문화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동북아시아 여성단체들과의 연대 역량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단체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흩어진 여성들의 목소리를 연결하고,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