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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주관 매각 절차 진행했지만 2조원 몸값 두고 가격 눈높이 변수
올 5월 누계 영업익 730억원…“전주페이퍼, 2008년 이후 최대 이익 전망”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글로벌세아그룹이 태림페이퍼·태림포장·전주페이퍼 등 제지 계열사 통매각 검토를 중단했다. 올해 초 투자은행(IB)을 통해 2조원 안팎의 제지 사업 매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결국 매각 대신 자체 육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회사 측은 실적 반등과 통합 시너지를 매각 중단의 이유로 내세웠다. 다만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매도자 측이 기대한 2조원 수준의 몸값과 원매자들의 가격 눈높이 사이에 간극이 컸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9일 글로벌세아그룹은 제지 계열사 매각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매각 검토 대상은 태림페이퍼, 태림포장, 전주페이퍼, 전주원파워, 전주파워, 동림로지스틱 등 제지·에너지·물류 계열사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올해 초 다수의 IB로부터 제지 계열사 통매각 문의를 받은 뒤 잠재적 인수 희망자를 대상으로 매각 여부를 검토해왔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제지 계열사 매각을 위해 외국계 IB인 UB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고, 잠재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티저레터와 투자설명서(IM)를 발송했다. 이후 예비입찰에는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세아 측은 제지 사업 전체 기업가치로 2조원 안팎을 기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변수는 가격이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2019년 약 7300억원에 인수했고, 2024년 전주페이퍼와 전주원파워를 약 6500억원에 추가로 품었다. 두 건의 대형 M&A에 투입된 금액만 단순 합산해도 1조38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골판지 원지와 상자, 신문용지, 열병합 발전, 물류까지 묶은 수직계열화 구조를 감안해 2조원 이상의 매각가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원매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태림페이퍼는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지만, 태림포장과 전주페이퍼는 아직 적자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업계 1위 수준의 시장 지배력과 수직계열화 구조는 장점이지만, 국내 제지 산업은 택배·유통 경기와 원재료 가격, 에너지 비용, 수출 단가 변동에 민감하다. 조 단위 거래인 만큼 향후 실적 개선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검증 부담도 컸다.
실제로 지난해 계열사별 실적은 엇갈렸다. 제지 부문 사업형 지주사 역할을 하는 태림페이퍼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1조5200억원, 영업이익 4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2%, 영업이익은 93.5% 늘었다. 원지 생산과 골판지 상자 제조를 잇는 수직계열화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반면 태림포장은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태림포장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7539억원으로 2024년 7154억원보다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024년 166억원에서 2025년 50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손실도 205억원에서 92억원으로 축소됐다.
전주페이퍼는 2024년 글로벌세아그룹 계열 태림페이퍼에 인수됐다. 글로벌세아그룹 편입 전 적자 상태였던 전주페이퍼는 생산 구조 개편과 비용 절감 작업을 거쳤다. 2025년 연결 기준 전주페이퍼의 영업손실은 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4% 줄었다. 회사 측은 올해 1월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08년 현 사명으로 변경한 이후 최대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이번에 매각 중단 명분으로 제시한 것도 올해 들어 확인된 실적 반등이다. 글로벌세아그룹 측은 제지 계열사의 올해 5월까지 누계 매출액은 90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100억원 수준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EBITDA는 50% 이상 늘었다.
연간 전망치는 더 공격적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올해 제지 계열사들의 연간 매출액이 2조2000억~2조3000억원, 영업이익이 1900억~2000억원, EBITDA가 28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0% 이상, 영업이익은 약 200%, EBITDA는 80% 이상 증가하는 수치다. 올해 예상 EBITDA가 3000억원에 근접할 경우 2조원 수준의 기업가치에 대한 회사 측 논리도 강화된다.
다만 M&A 시장에서는 올해 예상 실적만으로 2조원대 몸값을 정당화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매각 중단은 글로벌세아그룹의 포트폴리오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의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세아상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뒤 태림포장, 쌍용건설, 전주페이퍼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외형을 키웠다. 제지 사업은 그룹 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으로 평가받아 왔다. 매각이 성사됐다면 차입 부담 완화와 신사업 투자 재원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중단 결정으로 당분간 제지 사업을 직접 키우는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글로벌세아그룹 관계자는 “애초 국내 제지 산업 전체와 기업가치 제고에 최우선 기준을 두고 매각 여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입장이었다”며 “현 시점에서 판단했을 때 그룹 내 제지 계열사들은 구조적 성장세를 기반으로 업계 1위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따라 매각 검토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