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지분경쟁·은행권은 제휴전쟁…‘1거래소 2은행’ 전망에 바빠진 은행들 [크립토 360]

은행권, 법인 실명계정 선점 물밑 경쟁
‘1거래소 1은행’ 그림자 규제 완화 기대
법인 투자엔 예치기관 다양화 필수론 부상
하나銀·두나무 동맹, 법인시장 포석 해석도
당국, 실명계정 운영·법인 수용력 점검 전망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유혜림·경예은 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디지털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 은행권은 법인 투자계좌를 선점하기 위해 거래소 문턱을 바쁘게 넘나들고 있다. 법인 투자 허용 전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실명계정) 제휴를 둘러싼 접촉전은 이미 본격화한 모습이다.

법인시장 개방을 앞두고 마련될 가이드라인이 오랜 기간 그림자 규제로 작동해온 ‘1거래소 1은행’ 체제 완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 거래소 CEO들과 금융감독원장 간 간담회에서 법인 투자 허용과 실명계좌 제도 개선을 둘러싼 업계 의견이 전달될지도 관심사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법인의 디지털자산시장 참여 허용을 앞두고 은행권의 거래소 접촉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최근 바이낸스와 고팍스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실명계좌 제휴 가능성을 논의했다. NH농협은행 역시 거래소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MOU나 제휴를 전제로 한 만난 자리는 아니”라면서도 “향후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점을 넓혀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기존 제휴 여부와 관계없이 거래소와의 실명계정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거래소들은 통상 은행 한 곳과만 실명계정 제휴를 맺고 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은 KB국민은행,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각각 제휴 중이다. ‘1거래소 1은행’ 체제는 법적 의무는 없지만,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KYC)·이상거래 모니터링 등의 효율성을 이유로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최근 물밑 접촉이 늘어난 배경에는 법인시장 개방을 계기로 ‘1거래소 2은행’ 체제가 허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상장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 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법인 고객의 실명계정을 분리하는 방식의 복수 은행 제휴를 허용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구조는 시스템 장애 발생 시 리스크가 크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데다 법인 고객 유치에도 제약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인시장이 열리면 거래소 제휴의 경쟁력도 개인 고객 기반보다 기업금융 역량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하나은행이 두나무에 1조원을 투자한 배경에도 이 같은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많다.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업비트와의 단독 실명계정 제휴를 발판 삼아 개인 투자자를 대거 유치하며 고객과 수신 기반을 키웠다면, 하나은행은 법인시장 개방 이후 기업금융 경쟁력을 앞세워 거래소와 기업 고객을 연결하는 ‘B2B 허브’ 역할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동맹을 더 견고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른다. 최근 케이뱅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미림타워 2층에 신규 오프라인 고객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건물 2층에는 업비트의 오프라인 고객센터인 ‘업비트 라운지’가 자리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입점하면 가상자산 거래 상담과 은행 계좌 업무를 한곳에서 지원하는 통합 창구가 구축되는 셈이다. 이는 경쟁사인 빗썸이 운영하는 ‘빗썸라운지’와 유사한 모델이다.

금융당국도 제휴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명계좌 운영 방식과 법인 고객 수용 여력 등을 파악하기 위한 의견수렴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는 “법인 투자가 시작되면 예치기관 다양화는 사실상 필수”라며 “법인 고객은 자금세탁방지와 고객확인, 자금 출처 확인 방식이 개인과 달라 예치기관 다양화와 복수 은행 제휴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 은행권 디지털자산 담당자는 “기존 거래은행을 두고 투자 때문에 별도 은행 계좌를 개설하도록 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장기적으로는 오픈뱅킹처럼 거래소와 은행 간 제휴도 보다 개방적인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복수 은행 제휴는 고객 기반을 넓힐 기회인 동시에 디지털 경쟁력이 떨어지는 은행에는 고객 이탈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디지털 금융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올 하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본격 추진되면 ‘1거래소 복수은행’ 체제 도입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1거래소 1은행 원칙을 폐기하는 내용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관련 내용을 기본법으로 이관하고, 사업자가 하나 또는 둘 이상의 금융회사등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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