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 월급을 삼켰다

6월 생활물가 3.4%↑·근원물가 2.5%↑
4월 실질임금 3개월만↓, 구매력 위축
정부 “하반기 상승률 3%내 관리 총력”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를 기록하며 두 달째 이어진 3%대 물가가 근로자들의 월급을 갉아먹고 있다. 명목임금은 소폭 늘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 감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생활물가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서민들의 체감 부담도 한층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했다. 지난 5월(3.1%)보다 상승폭이 0.1%포인트 확대되며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고,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5% 상승해 물가 오름세가 광범위하게 이어졌다.

고물가는 근로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명목임금은 전년 동월보다 1.5% 증가했다.


반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올해 1월 감소한 뒤 2월과 3월 반등했지만, 4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 3.1%, 6월 3.2%로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5~6월에도 실질임금 감소 흐름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임금 감소는 단순히 월급이 줄어든다는 의미를 넘어 가계의 소비 여력을 떨어뜨린다. 임금 인상분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 같은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기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계란·돼지고기·고등어 등 주요 먹거리 공급 확대, 석유류 가격 안정 대책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을 경우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석유 최고가격제로 물가 상승률을 0.4%포인트 낮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물가 안정 대책을 신속히 집행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고가격제의 현장 반영 여부도 점검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급 확대만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 사례가 달걀이다. 정부는 신선란 수입 확대와 할인 지원 등을 통해 가격 안정에 나서고 있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줄어든 산란계 회복이 더딘 데다 여름철 폭염으로 산란율 저하 우려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 농축산물은 기상 여건과 가축 질병 등 공급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단기적인 할인과 수입 확대만으로는 구조적인 가격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은 단기간에 조정되지 않지만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어 실질임금 감소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석유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소비 여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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