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운타운 의류업계 미확인 루머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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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운타운 지역 한인 의류도매업계가 확인되지 않은 각종 루머로 멍들고 있다.

지난 10일 연방 주요 기관이 참여한 대규모 합동 단속 직후부터 온갖 소문이 꼬리를 물고 흘러다닌다. 특히 루머의 대부분은 이번에 자금 세탁과 관련돼 조사 받은 업체 중 연간 매출 외형 1억 달러가 넘는 중견 업체들과 관련돼 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현재 이 지역 한인 의류도매 업계는 겨울 보다 더욱 시린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가뜩이나 중남미에서 오는 현금 구매 고객이 갈수록 줄어들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이제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그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A한인타운에 있는 소매 업체들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당장 합동단속 사태 직후부터 저녁 시간 한인타운내 식당과 술집을 찾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한인타운의 경기 위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지금까지 일반 한인들이 접한 소식들 처럼 다운타운 의류도매업계가 마약과 관련 자금 세탁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받아야 할까. 또한 의류업계를 넘어 한인타운, 나아가 전세계로 퍼져나간 내용들처럼 조사를 받은 업체들이 현재 법적, 재정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와 관련해서 가장 많은 루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견업체 3개사의 오너들과 직접 얘기를 나눠봤다. 취재 결과 현재 이들 3개업체는 별다른 문제 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단속 이전에 비해 오히려 주문량이 더욱 늘어나기까지 했다고 한다.

자택이나 쇼룸 혹은 본사에서 엄청난 규모의 현금 다발이 발견돼 압수됐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모두 “허,허”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한 오너는 “신문에 사진으로 실린 현금다발 구경이나 좀 했으면 좋겠다”고 농담까지 했다.다른 나라로 도주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아예 대꾸하기도 귀찮다는 반응이었다.

금융계좌 동결로 회사 운영상에 어려움을 겪고 더 나아가 현재 개발 사업에 투자한 것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얘기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과 무관했다. 3개 업체 중 두곳이 전체 금융 계좌 중 극히 일부분만 일시적으로 동결된 것은 사실이지만 거래처 대금 결제를 못하거나 제품 개발 또는 해외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전혀 아니라고 했다.

취재에 응한 3명의 업주들은 모두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금 구매 고객을 비롯해 전체적인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그동안 운영상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즉시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부당한 점은 적절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 역시 이들 업주 3인의 한결같은 말이었다.

A업주는 “당장 인근에 있는 해당 업체만 찾아와도 바로 확인될 사안을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해 악성 루머 형태로 돌고 있다”며 “불필요한 악성 루머로 인해 뜻하지 않게 선의의 피해를 입는 업체도 생길 수 있으며 이 지역 한인 의류상권 전체로 피해가 확산 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B업주는 “거래중인 모든 금융기관도 개별적으로 만나 회사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부 금융기관들은 회사의 운영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한 후 현재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된 대출금 한도를 높여주겠다고 오히려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C업주는 “이 지역 한인의류상권에서 일하는 한인들만 2만~3만명에 달하고 타인종과 협력 업계까지 더하면 10만명이 넘는 종사자가 근무하는 큰 경제권이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한인타운과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악성 루머의 확산은 의류 상권 전체를 빠르게 위축시킬 수 있어 한인타운, 나아가 전체 한인 경제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A다운타운 의류업계에서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졌던 당사자들을 향해 ‘때는 지금이다’ 싶게 갖가지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심보는 그동안의 시기와 질투,부러움 등이 뒤섞인 감정을 한꺼번에 해소하려는 속좁은 짓이 아닐 수 없다. 합동단속의 규모가 워낙 컸다는 것을 감안해 당장 의류업계가 거덜날 듯 호들갑을 떨게 아니라 같은 커뮤니티의 구성원끼리 최소한의 연대의식으로 감싸고 돌봐주려는 배려심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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