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계 위기타개 “재교육과 협력 강화만이 살길”

한인의류업계가 장기화된 침체기를 딛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소매를 걷었다.

지난 19일 한인의류협회와 샌페드로패션마트협회(샌페드로홀세일마트)는 한인 패션업계 지식-협력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열고 업계 재도약을 위한 교육과 협력 체제 구축 강화에 나섰다.

이번 세미나 과거처럼 업계의 문제가 발생하면 1~2차례 관련 내용을 다루는 전시성 행사를 벗어나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불공정한 방식으로 이어져 왔던 거래 질서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마련돼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내년 1월부터는 매달 업계에서 필요로하는 경영 효율화 방안이나 각 정부 기관과 관련된 규정과 법규 등에 대한 내용이 심층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날 첫 세미나에서는 LA총영사관의 김석오 영사가 원산지 규정 위반이나 수출입 관련 거래 금액을 낮추는 방식인 이른바 ‘언더 밸류’의 문제점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한인최대 회계 법인인 CKP의 최기호 대표 회계사는 연방 재무부에 의해 지난 10월 9일부터 6개월이라는 한시적으로 강화 시행된 한인 의류업계의 현금 매출 보고 규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김석오영사세미나
지난 19일 BBCN뱅크 올림픽-후버지점에서 열린 한인패션업계 지식-협력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에 강사로 나선 LA총영사관 김석오 영사가 주요 정부 단속기관과의 협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부 단속 기관을 두려워 하지 말라

한국 관세청 소속으로 2012년 LA총영사관에 신설된 관세 영사직으로 파견된 김석오 영사는 의류 업계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주요 단속 기관과의 교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월 대규모 합동 단속 이후 연방 및 주정부 사법 집행 기관들의 현미경 감시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 상황은 이제는 법이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류업체들이 궁금해 하는 원산지 규정 위반이나 무역액 저가 신고 등의 편법 관행은 이미 CBP, ICE 등 이민 세관 당국 뿐 아니라 FBI, DEA 등 마약이나 범죄와 관련된 사법 기관과 탈세를 담당하는 IRS등 정부 주요 기관에서 내용을 파악하고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며 “정부 주요 기관들은 대대적인 단속에 앞서 관련 업계와 만나 정확한 규정을 알리고 해당 업계의 목소리도 충분히 청취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영사는 단속에 앞서 충분한 교육과 계몽 활동을 하는 정부 기관과 달리 한인 업계는 그동안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하는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영사는 “각 업체들이 관련 정부기관을 통해 교육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협회를 비롯한 업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을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다면 양측간 충분한 소통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 할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총영사관, KOTRA무역관, 중소기업중앙회 등 LA에 파견된 한국 정부나 준정부 기관을 적극 활용해 미국 정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을 활용하라

3000달러가 넘는 현금 매출에 대해 의무적으로 연방 재무부와 IRS에 보고해야 하는 강화된 규정을 적용 받게 된 한인 의류 업계는 당장 사업 운영에 필요한 현금 유동성 악화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금 매출에 대한 정확한 매출 보고는 업계의 더 큰 성장에 가장 큰 밑걸음이 된 것이라는 것이 세미나에 강사로 나선 CKP회계법인 최기호 대표 회계사의 의견이다.

최 대표는 “이번에 강화된 현금 매출 보고 규정의 시행을 밝힌 연방 재무부 금융 범죄 집행 네트워크(FinCEN,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는 구글의 검색 기술 보다 앞선 정교한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그 만큼 사업자들의 자금 흐름을 꿰고 있다는 이야기다”라며 “또한 주요 사법 기관과 긴밀한 정보 공유 시스템도 구축해 놨다”고 말했다.

결국 한인 업주들이 관세를 줄이기 위해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시중 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수입한 제품이나 판매세를 줄이기 위해 낮은 가격으로 중남미 지역에 수출한 제품들에 내역도 FinCEN의 감시를 벗어 날수 없다는 이야기다.

최 대표는 이제는 제대로 보고해서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할 때 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매출 500만 달러 이하의 의류업체라면 대출 등 금융권의 큰 도움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겠지만 회사를 성장 시키기 위해서는 한인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의 협력이 절대적이다”라고 말했다.

사업 자금을 대출 받거나 창고나 쇼룸 등 부동산 매매를 위한 대출을 보다 좋은 조건으로 받기 위해서는 회사의 매출을 얼마나 정확하게 보고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이다.

샌페드로패션마트 단 이 회장은 “올해 한인 의류업계는 연이어 터지는 악재로 인해 가장 힘든 한해를 보냈다”며 “위기속에서 결국 새로운 기회를 항상 만들어 왔던 지난 30여년간의 한인 의류업계는 이번 위기도 더 큰 도약의 틀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의류협회 이윤세 회장은 “어렵다고 피하기만 한다면 결국 업계의 위기는 계속 찾아 올수 밖에 없다”며 “이제는 재교육과 협력 강화라는 큰 틀속에 공정 거래 관행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업계가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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