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살아있는 정치이야기 “나 힘들어서 고려백성 못하겄소”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사극 ‘정도전’이 민초들의 삶을 생생하게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사대부로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오열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일 방영된 9회에서는 고려말 백성들은 자신이 굶주려도 부패한 관료들에 조세를 바쳐야 하는 힘든 생활상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생존방식은 최대한 ‘권문세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고분고분 하라는 대로 굽실거리는 것뿐이다. 나주 유배지에서 만난 민초들 앞에서 옳고 그름을 따져 싸울 것을 요구했던 정도전은 ‘고려법’을 읊으며 정의를 외쳤지만 그의 뜻을 따를수록 상황은 도리어 악화됐다.

정도전은 돈이 없어 업둥(강예솔)을 박수무당에게 신딸로 보내는 황연(이대로)에게 “아비로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황연은 “빚잔치 잘못해서 노비로 팔려가는 것 숱하게 봤습니다”라며 현실을 일깨운 뒤 “나으리 우리가 사람이기는 한 것입니까. 아버지니까 이러는 것”이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백성들의 미천한 삶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왜구침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눈에 띈 남자들은 모조리 강제징발 된 상태였다. 황연과 천복은 가까스로 징발을 피했지만 업둥을 신딸로 보내러 배웅하던 날 왜구가 마을까지 들어와 집단 떼죽음에 처할 위기에 처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박수무당이 왜구가 쏜 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지만, 황연까지 등에 활을 맞아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썩을 놈의 고려. 나 힘들어서 고려 백성 못하겄소”라는 마을 아낙의 외침이 들렸다.

정도전은 유독 눈물을 많이 보였다. 법과 규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 고려의 실상을 민초들의 삶을 통해 접하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울었고, 도리어 그런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서민들을 보며 감동의 눈물도 흘렸다. 신진사대부의 처참한 몰락과 박상충(김승욱)의 사망 소식에는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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