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즈 거리에서 만난 비빔밥

“패션 일번지, 멜로즈 애비뉴에서 만난 한류,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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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보다는 구두가 좋아요” 멜로즈 거리의 빈티지 샵에서 득템을 노리는 제시카.

패션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가보았을 ‘멜로즈 디스트릭’.

LA 한인타운 인근 멜로즈 애비뉴(Melose Ave)를 따라 라브레아(La Brea)와 패어팩스(Fairfax) 사이의 거리를 지칭한다. 매니아 층을 가지고 있는 개인 부티크, 빈티지 패션, 액서서리 샵 등을 비롯해 미술전시관, 골동품점, 개성이 넘치는 식당과 카페 등이 늘어서 있는 ‘멜로즈 디스트릭’은 LA에서 가장 모던한 감각을 자랑하는 거리다.

할리웃 스타나 모델과 이를 쫓는 파파라치를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는 ‘멜로즈 거리’. 그러고 보니 ‘제시카의 아이러브 K타운’의 주인공 제시카도 당당한 할리우드 배우. 거리에서 그녀를 향해 연신 셔터를 누르다 보니 제법 파파라치가 된 기분이다.

마음마저 여유로운 금요일. 우리의 목적지는 멜로즈 애비뉴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인 ‘M 카페 드 차야(M Cafe de Chaya) , 오늘의 임무는 ‘M카페에서 비빔밥 먹기’다.

‘무한도전’ 타이틀에 어울릴법한 임무를 들고 멜로즈 애비뉴를 누비는 기분이 상쾌도 하다. 참새가 방앗간 지나칠 수 없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눈에 띄는 상점에 들어가 ‘득템’을 노려보기도 한다.

“근처에서 연기수업을 받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은 온다. 쇼핑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는 거리다. 굳이 취향을 따지자면 나는 로데오 보다는 멜로즈 쪽이다. 앤티크 패션 샵에서 중고제품을 고르는 색다른 즐거움이 좋다”

멜로즈 애비뉴와 라브레아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M카페’는 지난 2005년 문을 연 채식&건강식 전문 레스토랑이다. 모든 음식에 설탕과 유제품,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기 대신 두부나 세이탄(Seitan.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밀로 만든 고기)를 사용한다.

채식 위주의 웰빙식인 만큼 ‘맛’이 별거 있겠냐는 선입견은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차공간이 없는 것을 보고 일단 접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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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K타운 사랑해요~” 카페 드 차야 앤디 매니저와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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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카페에 진열된 음식들. 설탕과 육류,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웰빙 메뉴들이다.

매니저 앤디 솔라노에게 주간헤럴드의 ‘제시카의 아이러브 K타운’을 소개하니 무척이나 반가워 한다. 비빔밥에 대해 물었다.

▶제시카: 이곳에 한국의 비빔밥이 있다고 들었다. 맛볼 수 있나?

▶앤디: 물론이다. M카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다. 주방장이 직접 김치를 담궈 사용한다.

▶제시카: 김치를 담근다고? 혹시 주방장이 한국인 아줌마인가?

▶앤디: 노노노 쉐프는 건장한 백인 남성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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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을 시식해보기에 앞서 소스를 살피고 있다.

M 카페 드 차야(M Cafe de Chaya)의 셰프 리 그로스(Lee Gross)는 할리웃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우의 개인 요리사였던 인물이다. 몇 해전 배우 기네스 펠트로우가 한국 비빔밥을 즐겨 먹는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던 일이 있었는데 바로 그 일등공신이 이곳의 쉐프 리 그로스였던 것이다.

솔라노 매니저는 리 그로스 쉐프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음양의 조화를 이룬 건강 장수식들을 찾아내어 메뉴화 했다고 설명한다.

놀라운 것은 비빔밥은 2005년 M카페 오픈 당시부터 메뉴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인이 아닌 미국 유명 쉐프에 의해. 비빔밥이 자랑스러워 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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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카페의 케일 레모네이드.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제시카의 맘에 쏙 들었다.

미국 최신 유행의 레스토랑에서 백인 쉐프가 만든, 아니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우가 먹는 비빔밥을 어떤 맛일까. 제시카, 내용물 분석에 들어간다.

“우선 고소한 현미밥에 표고버섯, 호박, 숙주나물, 고보, 양배추 채, 무채, 당근, 두부 부침, 김치 있을 건 다 있다. 없는거? 고기가 없고 계란 후라이도 없다. 참기름도 안 들어간 것 같은데?”

비빔밥의 백미, 고기와 계란후라이, 참기름이 빠진 비빔밥이라… 슥슥 고추장을 넣고 비빔밥 비비는 솜씨가 제법인 제시카. 역시 한국 아줌마 다 됐다.

밥 한 숟갈을 떠 넣은 제시카의 눈이 동그레지더니 카메라를 보고 직접 맛을 보라는 눈짓을 한다.

토종 한국인의 입맛에는 어떨지 궁금해 덩달아 한 숟갈 떠본다.

선입견을 접어두기 잘했다. 기네스 팰트로의 비빔밥은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놀랍다. 비빔밥에 들어가야 할 중요한 몇 가지가 빠졌는데도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단백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사실 매운 고추장과 참기름은 미국인들에게 대중적이지는 않은데 이곳 비빔밥은 미국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맞다”

LA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 멜로즈 애비뉴에서 만난 비빔밥.

한식의 세계화를 본 듯해 흐뭇하다. 하혜연 기자

M 카페 드 차야(M Cafe de Chaya)

주소: 7119 Melrose Ave Los Angeles, CA 90046

전화: (323) 525-0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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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 타운에서 Melrose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La Brea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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