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VISION] (8) BEE부동산 정연중 대표


▲ 15년간 사업체및 상업용부동산 거래의 전문업체로 자리잡아온 BEE부동산을 이끌어온 정연중 대표는 자산관리에 비중을 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사업모델을 꿈꾸고 있다.  사진 / 김윤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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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은 1회 출역(出役)에서 자기 체중의 절반에 가까운 30∼50mg의 꽃꿀을 수집하는데, 꽃꿀은 55%의 수분이 증발되어 완숙된 꿀로 벌집에 저장된다. 1kg의 벌꿀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1마리의 벌이 40,000회의 출역이 필요하고, 하루 동안 1kg의 벌꿀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10,000마리의 일벌들이 4회 출역해야 한다.”- 김종보의 <꿀벌의 세계>

회사 간판에 ‘BEE’라는 곤충 이름을 붙였을 때는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체로 짐작이 간다. 그저 열심히 일한다는 꿀벌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차용했겠거니 싶으니 말이다. 그렇다해도 제조업체도 아닌 부동산 매매와 거래를 중개하는 회사가 하필 곤충의 이름을 들이댄다?

“벌이라는 곤충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근면하다는 건 다 아시죠? 언제든지 꿀을 만들어내서 도움을 주는 벌처럼 움직이는 회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담은 거지요.”

성실하게 일해서 도움을 준다는 것은 기실 두번째인 듯하다.

사업체와 상업용 매물 거래에 정통한 전문 부동산업체로 인식돼 있는 ‘BEE부동산’의 정연중 대표는 꿀벌의 조직력에 더 주목했다.

“우리같은 상업용 전문 부동산 회사는 수십,수백명의 에이전트들이 모여 매물정보를 공유하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업체 매매를 할 때는 잘 아는 브로커를 통하게 마련이잖습니까. 그런 만큼 이른바 포켓리스팅이 많은데 그걸 에이전트나 브로커 개개인이 독점하려고 해버리면 아무 것도 되질 않습니다.”

팀워크는 조직력의 기반이다. 정 대표는 BEE부동산의 탄탄한 조직력이 커머셜 부동산업계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던 실적으로 이어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꿀벌의 조직력과 생산력을 본 따

남가주 각 지역에 7개의 지점을 두고 10개의 방계 회사를 거느린 정 대표의 BEE부동산 그룹은 연간 외형매출에 해당하는 총 거래규모만 6억 달러에 이르고, 그에 따른 수익이 2천만달러를 넘나든다. 미주 한인사회 최대의 부동산 회사로 꼽히는 뉴스타가 미 전역을 통해 집계한 외형으로 1위라 한다면 BEE부동산은 적어도 남가주 지역에 국한한 거래량으로 따지면 별로 뒤지지 않는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5년 동안 시나브로 키워온 실적과 규모의 바탕에는 다시 조직력을 말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다른 회사에 속해 있는 에이전트를 스카우트해온 적이 없습니다. 성과에 급급해서 서두르다보면 원칙이 흔들리게 되고, 무엇보다 커미션을 기반으로 하는 에이전트들을 통해 가꿔가는 회사인지라 그 원칙이 움직이면 회사 자체가 불안정하게 되지요.”

그런 기준이 확고하다 보니 현재 BEE부동산만큼은 3600 윌셔빌딩 2층 전체의 사무실 공간에 빈 자리가 없다. 에이전트들의 ‘입주 웨이팅리스트’를 갖고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얘기다.

조직력이란 말하긴 쉽다. 강한 조직력을 위한 정 대표의 방식이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정보 독점에 집착하면서 팀워크를 해치는 에이전트는 가차없이 내보냅니다.”

구성원을 내보낸다는 말을 할 때 이처럼 단호한 표정을 보인 CEO는 거의 없었다.

친근한 이웃 아저씨같은 부드러움으로 조목조목 차근차근하게 얘기하던 정 대표는 “룰에서 어긋나는 조직원은…”이라고 말하는 순간 안경 너머 눈매에 빛이 나는 가 싶더니 “내보낸다”라고 끊을 때 일순 얼음장같은 차가운 결기가 쏟아져 나온다. 사무라이의 표정이 그렇지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느슨해집니다. 한번 느슨해지면 조직을 추스리다가 조직 자체가 결딴나는 수가 있지요.”

200명이 넘는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기법은 간단했다. 그러나 실행을 위해선 참으로 엄격한 자기통제와 솔선수범의 직업윤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을 일이다.

룰 어긋난 에이전트 단호하게 내보내

사업체 거래와 상업용 부동산 매매는 완벽하지 않으면 소송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정대표는 지적한다.

“모든 상업용 거래는 조금만 부실해도 깨지게 마련이니까요.”

룰에 어긋났을 때 단호할 수 밖에 없는 근거다. BEE 부동산이 지난해 1천5백여건의 거래를 이루면서 소송건수가 단 3건에 지나지 않았던 사실을 참고하면 정 대표의 단호한 조직관리는 매우 설득력 있다.

조직력의 근간이 되는 팀워크를 위해 BEE부동산의 에이전트들은 독특한 미팅 시스템을 통해 서로간의 신뢰를 쌓고 있다. 일주일에 3회씩 정기적인 회합을 갖고 매물정보와 고객 정보를 교환한다. 그 가운데 1회는 매주 금요일에 각 지역의 현장에서 조찬미팅으로 이뤄져 즉각 현장영업을 분담하는 형식으로 치러진다.아울러 정 대표가 직접 일주일에 세차례에 걸쳐 2시간씩 에이전트들을 교육하고 조언을 건넨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을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자산관리 회사로 방향전환

미국에 오기 전 친형이 운영하던 식당 일을 봐주던 중 손님으로 찾아 온 사람이 성명풀이를 했다고 한다. 그 손님은 정연중(鄭蓮中)이라는 이름 석자안에 흙토(土)와 나무 목(木)이 담겨 있다면서 건축이나 부동산 관련 일을 해야 성공한다고 충고했다. 그땐 웃어넘겼던 일이 뉴욕에서 유학하던 시절 한 교수가 부동산 투자에 관한 강의를 할 때 되살아났고, 심심파적이었던 성명풀이의 순간이 운명적인 자력으로 자신을 여기까지 끌고 왔을 지 모른다며 웃는다. 91년 간판을 내걸고 얼마 안돼 폭동이 일어났고, 연방정부의 폭동구제금융으로 한인사회에 사업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기반을 다지게 됐다.지금껏 다른 쪽에 한눈 팔지 않고 왔다는 자부심 속에 이제 기존의 부동산 중개 위주에서 자산관리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회사의 방향을 바꾸려는 단계에 이르러 정 대표는 요즘 미래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몰두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하다.

“한인사회의 부동산 업계는 퀄리티 서비스를 겨냥한 레벨업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영어권 세대로 바뀌는 추세에 적응하려면 방향전환을 해야지요.”

지난 5년간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면서도 안주하지 않으려는 정 대표의 얼굴에 꿀벌의 쉴새없는 움직임이 오버랩되고 있다. 

■ 정연중 대표는

 27살이던 1982년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 퀸스 컬리지에서 행정학(Public Administration)을 전공했다. 대학을 마치고 32세 되던 87년 센츄리21에서 부동산 에이전트 일을 시작, 실무를 익힌 뒤 4년만인 91년 사업체와 상업용 부동산을 전문으로 다루는 Bee부동산회사를 창업했다.

창업 3년만에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에 지점을 열었고, 99년에는 리맥스로부터 네이밍사용권을 얻었다. 그해 남가주 부동산협회 10대 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센추리 21으로부터 네이밍 사용권을 사들여 지점을 개설했고, 2003년에는 상업용 전문 부동산회사인 Bee Commercial을 따로 설립했다.  현재 LA를 비롯, 밸리 가든그로브, 롤렌하이츠 등에 7개 오피스를 두고 있다. 소속 에이전트는 총  215명에 달한다.


황덕준 / 미주판대표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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