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이 드디어 시작됐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누가 출전하고 있는지 또 그 선수들은 어떤 기량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향후 치를 경기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몇 차례 가진 평가전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고, 마침 벌어졌던 세월호 참사의 여파 때문에(이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월드컵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은 12시간의 시차를 갖는 브라질에서 열리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침이나 새벽에 방영된다는 점도 열기가 좀체 생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월드컵 시즌이라면 호프집 같은 곳이 특수를 누리기 마련이지만 이번 월드컵은 교통사고만 더 유발할 거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DMB로 경기를 보다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운전 중 DMB 시청에 대한 처벌을 집중 강화할 것이라는 경찰측의 엄포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처벌이 쉽지 않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경기장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방송사들의 중계전쟁이 더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끈다는 점이다. 지상파 3사는 각각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 중계진들을 이번 월드컵 방송의 관전 포인트로 내세웠다. MBC는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고 있는 김성주와 안정환을 지난 시즌에 참여했던 송종국과 함께 월드컵 중계 3인방으로 구성했다. KBS는 조우종 캐스터와 이영표 해설위원을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해 미리 선보였고, SBS 역시 차범근, 박지성 해설위원과 배성재 캐스터를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 등을 통해 주목시켰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스포츠 중계에 대한 관심끌기는 이미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성주 아나운서가 MBC 중계방송에 성과를 가져다주면서 어떤 학습효과를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에도 그 효과는 분명 있어 보인다. 일본과 코트디부아르의 경기에서 MBC 스포츠 중계가 최고 시청률을 낸 건 이들 중계 3인방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친숙한 이들의 ‘만담 중계’에 채널을 돌렸던 것. 물론 해설위원으로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차범근의 SBS나, 유럽 경험을 바탕으로 척척 예상을 해내는 이영표의 KBS 역시 만만찮다.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시작되면 이들 중계전쟁은 경기만큼 치열해질 전망이다.
월드컵 중계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것은 경기 자체에 대한 관심만큼 중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실 경기 장면은 방송3사가 다르지 않다. 그러니 채널을 돌리게 하는 차별화 요소는 그 똑같은 장면을 어떻게 하면 색다르고 재미있게 해석하고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월드컵 중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딘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주목받아야 할 2014년 월드컵 대표팀보다 오히려 2002년에 발굴된 월드컵 스타들이 전면에 보이는 것. 안정환, 송종국, 박지성, 이영표의 아우라가 워낙 커서인지 아니면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방송사들의 상업적인 전략에 맞아떨어져서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2002년의 열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우리네 축구가 여전히 그 언저리만을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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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