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은, 작품마다 다른 역할로 도전한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정통대하사극 대다수는 남성들의 이야기다. 여성들이 존재감을 발휘하기가 쉽지않다. 더구나 KBS ‘정도전’은 150회 정도 되는 종래의 대하사극과 달리 50회로 끝나는 바람에 남녀관계 이야기가 거의 없었다.

1회부터 출연한 이일화(경처 강씨)나 이아현(정도전의 아내 최씨)의 이야기도 별로 없는데, 하물며 37회부터 투입된 고나은(32)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극도 아니고, 이미 극의 구도가 완전히 잡힌 상태여서 투입되다 보니 자칫 몸 풀다 끝나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방원의 아내로 나중에 원경왕후가 되는 민씨 역할의 고나은은 사극에 첫 도전한 것이다. 적은 출연 분량으로 튀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어필해야 했다.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 사극 경험이 없어 맞는 건지 틀린 건지도 모르고 연기했는데 강병택 감독님이 저의 희박한 가능성을 봐주셨다.”

고나은 본사방문.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고나은은 몇 장면이 되지 않았지만 ‘왕자의 난‘을 일으키는 종반부에서는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했다. 정도전측 사람들을 회유하거나 겁박하고, 또 애원하는 그녀의 연기에는 카리스마가 느껴질 정도였다.

고나은은 “민씨는 여성임에도 진취적이고 당당한 여자다. 그안에 따뜻한 배려심도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민씨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처해진 상황을 보면서 연기의 톤을 잡았다”고 말했다. 또 ‘정도전’이 재미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등장인물들이 서로 의견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바는 국민이 잘되게 한다는 점에서 다 똑같았다. 그래서 당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요즘 이야기와 닿아있었다. 의견과 의견의 부딪힘은 충분히 흥미로웠고 긴장감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고나은은 배우를 목표로 삼고 있다 고교시절(중경고) 길거리 캐스팅에 의해 드라마에 잠깐 출연했지만 확실하게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다 아이돌 그룹 제안을 받고 19세에 걸그룹 파파야로 데뷔했지만, 관심이 있는 건 연기였다. 경기대 연극영화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그러니 고나은은 연기에 두번 데뷔한 셈이다. 연기 출발이 늦었지만 단아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보석비빔밥’, 악녀로 나온 ‘천사의 선택’, 열혈 형사로 나온 ‘무정도시’, 귀여운 부잣집 딸 역할을 맡았던 ‘결혼의 여신’, 그리고 ‘정도전’으로 매번 다른 역할을 맡았다.


아이돌 그룹에서 배우가 되면 조금만 연기를 못해도 ‘발연기’ 논란이 일지만, 고나은은 비판과 지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갔다. 그의 연기경력은 얼마되지 않지만 이런 행보는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

“오래동안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걸 안다. 어떤 배역을 맡을지 모르니까 나이에 맞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좋은 영화와 공연도 많이 보고, 혼자 판단이 서지 않을때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도와주는 연기 선생님을 두는 것도 괜찮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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