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 기자의 채널고정] ‘떴다 동물’, ‘동물의 왕국’ vs ‘동물농장’ vs ‘애니멀즈’

▶ KBS1 ‘동물의 왕국’
김성진=살아가며 알아야할 모든 것을 알려준 ‘세상살이의 교과서’. 시그널이 귀에 쟁쟁하다 ★★★
고승희=인간 세상 압축한 진짜 ‘리얼 버라이어티’ ★★★☆
정진영=담담하지만 앞으로 수십년을 봐도 지겹질 않을 다큐 ★★★★

▶ SBS ‘TV 동물농장’
김성진=인간극장의 동물버전. 사람보다 나은 동물들의 웃음과 감동스토리가 질리질 않는다 ★★★★
고승희=인간보다 인간적인 동물들의 휴머니즘…드라마, 예능, 탐사까지 버무린 신 복합장르 ★★★★
정진영=동물 친구들 드라마 없는 일요일은 상상하기 싫다 ★★★☆

▶ MBC ‘일밤-애니멀즈’
김성진=‘다 담았으니 골라드세요?’ 귀여운 아이와 동물과 출연자들, 아직은 화음이… ★
고승희=인기 아이템 모았으나 섞는 게 미흡…시청자와의 교감이 급선무 ☆
정진영=동물이 주인공이야? 아이들이 주인공이야? ☆ 

<엔터테인먼트팀>

[사진제공=각사]

[헤럴드경제=고승희기자]새하얀 털이 곱게 정리된 염소 잭슨은 이서진과 ‘러브라인’(tvN 삼시세끼)을 이루고, 강아지 밍키는 옥순봉의 서열 1순위로 ‘대세 스타’가 됐다. 그 자리는 금세 빼앗겼다. 요즘 tvN에는 “밍키는 잘 지내냐”는 문의가 적지 않다고 한다. ‘삼시세끼-어촌편’의 ‘장모치와와’ 산체의 등장 때문이다. 첫 회분 출연 이후 산체는 장근석의 ‘빈 자리’를 톡톡히 메우며 어촌편의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TV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는 아기(Baby)와 미녀(Beauty)를 넘어 동물(Beauty)이 됐다. 이 셋이 등장하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광고의 법칙’이 TV 안에서도 적중률을 높이고 있다. 


사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의 역사는 깊었다. 익숙한 시그널송이 아프리카 초원으로 시청자들을 공간이동시키는 KBS 1TV ‘동물의 왕국’은 무려 48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장수 다큐멘터리다. “노년층이 월등하고 활동량이 많은 여름보다는 겨울의 시청률이 높다”(심광흠 PD)지만 토, 일요일 오후 5시 10분과 5시 40분에 방영하면서도 7%대의 시청률을 써내고 있다. 일요일 오전을 14년째 깨우고 있는 SBS ‘TV동물농장’은 10%대의 시청률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급기야 아이와 동물이 함께 등장하는 융복합형 동물예능(MBC ‘일밤-애니멀즈’)도 방송사의 주력시간대 등장했으니 ‘동물 콘텐츠’의 진화라 할 만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테디셀러’까지 만들어낸 ‘동물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본능적인 리액션을 보여주는 동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가장 리얼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며, “동물과 사람의 소통을 다루며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부분이 힐링 트렌드와 맞닿아있다”는 것이다.


‘리얼’을 전제로 한 각각의 동물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몇 단계의 진화 과정을 거쳤다. 야생에서 동물들의 삶을 거짓없이 비추던 단계(동물의 왕국)를 지나, 동물들의 삶을 사람의 일상(TV 동물농장)으로 끌어들였으며 그 관계를 통해 소통과 교감(TV 동물농장, 애니멀즈)이라는 명분을 세웠다.

1967년 흑백TV로 첫 방송된 ‘동물의 왕국’은 BBC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제작된 동물 다큐멘터리를 선별해 방영한다. 지난 48년간 국내 안방 시청자에게 ‘시그널송’ 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온 프로그램이다.

“사건 사고가 비일비재한 현대인이 삶의 고단함을 벗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시청률로 반영됐다”(심광흠 KBS PD)는 이유를 넘어 많은 시청자들은 정글에 던져진 동물들의 삶에서 인간의 모습을 읽는다. 황량한 사바나를 배경으로 서로를 물고 뜯는 약육강식의 삶, ’동물의 왕‘ 사자도 피하지 못하는 생로병사와 매순간 반복되는 희노애락의 일생이 이 다큐멘터리에서 생생하게 그려진다.


특히 “포맷의 변화는 없지만 오랜 제작기간을 통해 밀착취재하고 동물에게 직접 카메라를 달아 연출하는 첨단 기법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이는 “흑백으로 방영되던 프로그램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HD TV 시대를 맞자 동물들의 본성이 더 생생하게 밀착”(심광흠 PD)돼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가장 원초적이고 솔직한 동물의 본성이 어떠한 인위성도 없이 실감나게 펼쳐지는 거대한 리얼 버라이어티인 셈이다.

‘동물의 왕국’이 리얼한 동물의 세계를 보여준다면 SBS ‘TV 동물농장’은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온 동물들의 재가공된 이야기로 사랑받는다.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스토리가 인간 관계의 스토리와는 다른 재미”를 주고 “그것을 통해 인간관계의 피곤함을 덜어내며 치유”(정덕현 평론가)할뿐 아니라,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휴머니즘’까지 돌아보는 진기한 프로그램이다. 


일요일 오전 10시, 남녀노소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모으는 이 프로그램은 비슷한 포맷의 KBS2 ‘주주클럽’, MBC ‘와우 동물천하’가 소재 고갈로 사라진 뒤에도 굳건히 한 자리를 지켰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이덕건 PD는 “동물 트렌드의 변화가 프로그램에 반영됐던 것이 14년 장수의 비결”이라며 “처음엔 귀여운 동물의 외적인 모습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스토리텔링을 달리 가져가고 있다”고 지난 변화를 설명했다. “동물들의 행동에 대한 인과관계를 찾고, 행동의 변화를 살피며 사람과 가까운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거나 동물보호법 등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질 수 있을 만한 소재를 찾는다”는 것이다.

동물이 주인공이 된 아이템을 결정하면 최소 열흘간 관찰카메라를 통해 촬영하는데 그 관찰의 결과가 한 편의 드라마 못지않아 시청자에게 놀라운 치유의 시간이 된다. 이 PD는 “‘TV동물농장’은 동물과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물들이 가진 모성과 배려, 주인에 대한 신뢰감은 사람보다 강하다. 이 부분이 시청자들을 힐링하고 반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 더해 ‘TV동물농장’은 동물학대 현장을 고발하거나 구조에 직접 나서는 등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환경에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주제를 다루는”(이덕건 PD) 탐사보도의 역할로 새로운 명분도 세우고 있다.

‘동물농장’보다 더 많은 동물이 등장하는 신상예능은 지난달 25일 첫 방송된 MBC ‘일밤-애니멀즈’다. 시청률이 변변치 않다. 4.7%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지난 8일 기준 3.6%(전국)를 기록했다. MBC 최초로 교양PD와 예능PD가 함께 연출하며 장르의 벽을 허물었고, 아이와 동물을 함께 출연시킨 훌륭한 아이템을 가져온 ‘융복합’ 예능의 성적은 너무도 초라한 상황이다.

‘애니멀즈’는 총 세 개의 코너로 출발했으나, 중국에서 발생한 개홍역 바이러스의 여파로 송일국 삼둥이의 대항마였던 세계 유일의 세 쌍둥이 판다(곰 세 마리)는 8일 방송을 끝으로 프로그램을 떠나게 됐다. ‘애니멀즈’엔 하지만 여전히 두 개의 코너가 남았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를 통해 아이와 개가 어울리고, ‘OK목장’을 통해 타조, 당나귀, 양, 염소가 스타들과 공동체 생활을 한다.

“아이와 강아지가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노는 환경”(김현철 PD)을 만들고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제영제 PD) ‘교감’을 앞세웠지만, 인간과 동물의 교감 이전에 시청자와의 교감은 상당히 서투르다. 동물과 사람의 숫자가 넘쳐나 “특정 대상(동물)에 집중이 되지 않다 보니 주목도가 떨어진다”(정덕현 평론가)는 것이 큰 취약점이다. 인기있는 아이템을 모아두고도 장점을 살리지 못한 ‘애니멀즈’는 방송 3회차인 현재에도 융복합 예능의 실험단계에 머물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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