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 엔터] “한국영화는 ‘핵노잼’?” 편견은 아닙니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극장에 한국 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영화가 최근 몇 달 째 부진의 늪에 빠졌습니다. 설 연휴 개봉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 지난 3월 개봉한 ‘스물’(감독 이병헌) 이후엔 안정적으로 박스오피스 정상을 꿰찬 한국 영화가 없습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부흥, 한국 영화의 침체를 지적하는 기사엔 늘 똑같은 댓글이 달립니다. ‘한국영화 핵노잼’, ‘누가 한국영화를 돈 주고 보냐’, ‘어벤져스2 같은 영화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만들지’ 등.

올 상반기, 아니 그 전에도 관객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국산 영화들이 많았던 건 사실입니다. 휴먼 드라마는 ‘웃기다 울리는’ 한결같은 공식을 밟고, 스릴러는 늘 반전 강박에 시달리는 듯 보입니다. 코미디 영화는 작위적으로 전개되고 결정적으로 웃기지 않다는 문제가 있죠. 최근엔 ‘스파이’ 같이 포복절도할 외화를 보며 한국 코미디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커졌을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으로 한국 영화를 볼 이유는 없습니다. 재미있는 영화에 지갑을 여는 것이 당연합니다. 장기적으로 영화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잘 만든 영화는 그 가치에 맞게 평가받고, 만듦새가 부족한 영화는 질타 받는 것이 맞겠죠. 다만, 최근 한국 영화를 무조건적으로 불신하거나 폄훼하는 경향은 안타깝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조롱 섞인 반응을 보면, 오랜 선입견에서 출발한 부당한 지적도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 영화는 레퍼토리가 똑같다’는 것. 지난 해를 돌이켜보면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처럼 신선하고 뚝심있는 액션 스릴러 영화도 있었고, ‘한공주’(감독 이수진)와 같은 병든 사회를 담은 작지만 강한 독립영화도 있었습니다. 노부부의 한결같은 사랑을 담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의 경우 독립 다큐멘터리로선 이례적인 흥행을 일궈냈습니다. 범죄 소재나 조폭 세계 등 익숙한 소재도 여전히 변주되지만 새로운 소재와 참신한 시도들도 분명히 이어져 왔습니다. 


올 상반기의 경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핵폭탄급 흥행을 예상한 한국 영화들이 몸을 사리면서 볼 만한 영화들이 더 눈에 띄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한 영화 관계자는 “올해는 아직까지 비장의 카드라고 할 만한 야심작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 했다. 여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 라인업은 실제로 풍성합니다. 올해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 중입니다. 독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모티브를 따온 판타지 호러 ‘손님’부터 액션오락영화에 능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테랑’, ‘타짜’·‘도둑들’ 등의 작품으로 흥행 보증수표 감독으로 자리잡은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 등이 차례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주목 받은 ‘마돈나’(7월 2일 개봉)는 지난 해 화제를 모은 ‘한공주’ 이상의 반향을 일으키기 충분해 보입니다. 


이보다 앞서 6월 개봉작들에도 눈길이 갑니다. 본격적인 성수기가 아니다보니 오히려 흥행 공식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 규모의 영화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우선 18일 개봉한 ‘극비수사’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이지만 저마다의 미덕이 있습니다. 투박하고 다소 낡은 감성의 영화들을 선보였던 곽경택 감독은, ‘극비수사’에서 유괴 사건을 소재로 ‘소신’을 지킨 선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우직하게 그려냈습니다. ‘경성학교’는 매혹적인 비주얼과 예측을 비켜가는 독특한 스토리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특히 24일 개봉 예정인 ‘연평해전’, 25일 선보이는 ‘나의 절친 악당들’, ‘소수의견’ 등은 각각 휴먼 드라마, 코미디, 법정 드라마로 전혀 다른 소재와 스타일로 맞대결을 펼칩니다. ‘연평해전’은 전 국민이 기억하는 실제 사건을 그렸다는 점, ‘나의 절친 악당들’은 임상수 감독의 유쾌하고 스타일리시한 코미디라는 점, ‘소수의견’은 제목처럼 소수의 목소리가 짓밟히는 비정한 현실을 담았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더합니다. 이들보다 체급은 작지만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메이드 인 차이나’도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도 직접 썼는데, 중국산 장어라는 소재를 어떤 ‘충격 화법’으로 요리했을 지 궁금해집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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