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함께2’, 인공호흡기 떼줬더니 마라톤 완주중..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 가상결혼 프로그램 ‘님과 함께 시즌2- 최고(高)의 사랑’은 JTBC에서 가장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시청률이 4.5~5%대 나온다. 이 프로그램은 얼마전만 해도 시효가 다돼 인공호흡기를 꽂고 있던 상태. 하지만 지금은 떨치고 일어나 마라톤을 완주할 태세다.

‘님과 함께’를 살려낸 기획자는 성치경 CP다. 가상커플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해 틀을 제대로 잡은 그는 코너별 시청률 등 프로그램을 잘게 쪼개 분석하는 등 연구를 철저히 한다고 해 ‘성사이언스’로 불린다. ‘작은 빅데이터’라 할만한 성치경 CP의 도움말로 ‘님과 함께’를 살려낸 과정과 배경을 살펴봤다.


종편은 지상파에 비해 중장년이 주시청자다. ‘님과 함께’도가상재혼, 황혼재혼 트렌드에 따라 임현식-박원숙 카드로 시작했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젊은 친구들이 나오니, ‘님과 함께’는 중장년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

가상재혼이라는 컨셉을 사용해도 기본틀은 ‘우결’에서 나왔다. ‘우결’은 이벤트 위주로 갈 수 밖에 없는 가상 롤플레이다. ‘님과 함께’가 연령이 높아져도 서로 느끼는 감정과 대화가 조금 다를 뿐 기본적인 과정은 ‘우결’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만혼으로 방향을 바꿨다. 안문숙-김범수가 활약하기도 했지만, 결국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시즌2의 반응이 약해지면서 폐지가 거론됐다. 한번 더 해보고 안되면 접기로 했다. 가상부부라는 설정은 실제로는 부부사이가 아닌데, 부부인 것처럼 하려니, 신선함이 떨어지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나왔다. 실제 부부가 아닌데, 부부처럼 해야 하니까 이벤트가 반복돼 식상해졌다. 이러니 우리는 아예 대놓고 관계를 보여주자고 했다.

윤정수를 먼저 캐스팅했다.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자는 발상. 짝짓기 프로그램에는 선남선녀만 나오는데, 길에서 보면 그런 커플은 불과 1% 내외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사람을 찾자. 그게 윤정수였다. 그는 노총각, 파산, 재산이 없었다. 과거의 윤정수라면 시청자들이 안좋아했을 것이다.

윤정수는 과거 집도 좋고, 차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상태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너무 흘러간 인물이라 모험이었다. 남자가 우울한 상황이니, 여자는 조금 기가 세지만 현명한, 그래서 남자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김숙이 후보로 올랐다. 김숙은 예능감이 좋지만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B급 정서에다 마니아 스타일이지만, 어차피 윤정수도 버리는 카드였기에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컨셉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서로 편하게 하자, 다 까놓고 하자는 것.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하는 체 하지 말고, 서로 이상형도 아니고 좋아하지 않으니 ‘쇼윈도부부’로 오픈해버렸다.

두 사람은 예상 외로 대사를 잘쳤다. 제작진도 깜짝 놀랐다. 제작진은 ‘오늘은 마트 갑시다’ ‘1박2일로 어디 갑시다’ 정도 미션을 주면 그 다음은 모두 두 사람이 알아서 풀어나간다. VJ가 찍고 가편집된 걸 제작진이 보면 “어떻게 저런 대사를 치지”하고 놀랄 정도로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는다. 둘 다 예능계에서 오래돼 농익었다. 조그만 것 하나 가지고 5~10분씩 노는 모습을 보면서, 이 커플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반신반의했던 쇼윈도커플이 성공하자, 그 다음 커플 섭외. 속내를 다 보여주는 컨셉을 선보였으므로 이제 좋아하는 체 하는 기존 가상커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다음 커플도 실제상황에 바탕을 둔 커플이어야 했다. 성 CP가 오나미가 ‘라디오스타’에 나온 걸 봤다. 만나 보니 밝았고 자괴감은커녕 자신감이 넘쳤다. 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개콘’에서 센 분장을 많이 해서 그렇지, 의외로 평범한 외모였다.

자료를 더 찾았더니 허경환이 나왔다. 과거 오나미가 경환을 좋아했고, 밥 먹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했다. 진짜 짝사랑이었다. 한쪽은 호감, 한쪽은 여자가 아닌 후배로 바라보는 실제 관계에서 시작했다. 원래 두 남녀가 ‘개콘’에서 약간 선보인 관계였다. 경환이 꽃거지 시절 밉지 않게 오나미를 놀리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경환의 롤 플레이는 쉽지 않았다. 윤정수와 김숙은 싫다고 말하면 된다. 오나미는 좋아한다고 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허경환은 나미를 싫다고 하지만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 초반 허경환에게 “너 잘나면 얼마나 잘났길래”라는 악플이 나왔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리잡은 커플이다.

나미도 경환에게 매번 좋아한다고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 아무리 파이팅이 좋아도 하루종일 따라다닐 수는 없다. 오나미가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게 밀었다 당겼다(액션)를 해야 경환의 리액션이 잘 나온다. 나미가 밉게 들이대면 이 관계가 보기 싫어진다. 오나미가 리얼 예능 경험이 없어, 고생도 했지만 합이 잘 맞아간다. 둘은 ‘개콘’ 선후배로 오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만약 다른 분야에서 일했다면 커플이 맺어지기 힘들었다. ‘나도 가오가 있는데’라면서 어색한 상황은 피했을 것이다.

허경환은 ‘츤데레’ 기질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나미를 여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후배로 바라보며, 스킨십을 거부하지만(좋은 여동생과 스킨십하지는 않는다) 결정적일 때 나미를 위해주는 마음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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