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와요 ①] 강예원 “나의 연기로 피해자들이 더 생겨나지 않았으면…법 개정까지 바라” (인터뷰)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혼자 있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원래 에너지가 너무 넘쳤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극복하려고 그림을 그린 거였거든요.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 혼자 있는 게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어요.”

배우 강예원(36)은 영화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를 찍으면서 세상과 담을 쌓았다. 어느날 납치돼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된 ‘수아’를 연기하려니 그 공포스러운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촬영장에 가서도 상대 배우와 스태프에게 짧은 인사만 건네고, 종일 독방에 들어앉아 감정선을 유지했다. 영화 개봉을 앞둔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강예원에게서는 특유의 발랄하고 엉뚱한 모습보다 차분하고 진중한 느낌이 앞섰다. 

영화 ‘날, 보러와요’ 개봉을 앞둔 배우 강예원을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정말 수아가 된 것처럼, 뭐가 쓰인 것처럼 연기해야 자연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 촬영 내내 그 감정으로 살아야 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남들과 접촉을 안 했어요. 몰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식하고 연기하면 스크린에 만든 티가 나잖아요. 그게 두려웠던 것 같아요.”

영화 ‘날, 보러와요’ 개봉을 앞둔 배우 강예원을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스크린 속 ‘수아’는 공포에 질린 여성 그 자체였다. 강예원은 “태어날 때부터 두려움과 공포를 많이 느끼는 성격”이라며 “수아는 오히려 나 같아서 몰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서는 ‘연민의 감정’이 제일 크게 느껴졌다. 그는 “안 겪어도 될 일들을 당하는 수아가 한 여자로서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위로해 주고 싶은 캐릭터였다”고 했다. 

영화 ‘날, 보러와요’ 스틸컷

그는 “나라는 사람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더는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까지 말했다. 가능하면 법 개정까지 바란다고 했다. 

영화 ‘날, 보러와요’의 문제의식은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에서 출발한다.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이 있으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다는 조항이다. 영화에서는 의붓아버지가 자신의 명예와 돈 때문에 멀쩡한 딸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심지어는 장기 밀매까지 시도한다. 

영화 ‘날, 보러와요’ 스틸컷

“돈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잖아요. 친족 간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고, 정말 심각한 일인 것 같아요. 사회 문제로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회 문제에 관한 메시지를 하나씩 알려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영화를 할 때는 조금씩 사명감이 들고 내 자신도 뿌듯하고 또 나를 칭찬할 수 있고요. 나로 인해 뭔가가 된다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범죄 스릴러 영화를 평소에 즐겨 보지는 않지만, 다큐멘터리나 시사프로그램은 즐겨 본다고 한다. “실제니까 더 상상하게 되잖아요.” 시사프로그램 PD(이상윤)가 숨겨진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날, 보러와요’의 시나리오가 강예원에게 유난히 반가웠던 이유다. 더군다나 연기경력 15년 만의 첫 스릴러였다.

“여자 캐릭터가 서브(sub)가 아니라, 같이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잖아요. 특히 스릴러 장르는 더 그렇고요. 그래서 반갑게 봤어요.”

영화 ‘날, 보러와요’ 개봉을 앞둔 배우 강예원을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강예원은 활동 초반 ‘해운대’(1100만명)’, ‘하모니’(300만명) 등 흥행작들을 터뜨리더니, 최근에는 다소 주춤한 흥행 성적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그는 흥행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매 영화마다 흥행보다는 “민폐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 먼저라고.

“흥행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보다, 그 돈을 들인 영화와 영화인들에게 민폐를 안 끼치고 싶은 마음이고요. 관객들한테 실망을 주지 않고 저 역시 창피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이 안 될 때도 있지, 어떻게 다 잘 되겠어요. 뜨겁다가 차갑다가 하는 게 배우의 운명인 것 같아요.”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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