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종영, 초심은 어디로… 왜 막 내릴 수밖에 없었나?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2007년 1월 첫 방송된 SBS ‘스타킹’이 9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6.3%의 시청률(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종영, 마지막회 방송은 ‘스타킹’을 빛낸 일반인 ‘능력자’들의 마지막 인사로 장식했다. 대표적인 주말 예능이자 일반인 예능으로 9년을 이어왔지만, 일반인 출연자에 기댄 프로그램의 한계와 시대 변화라는 흐름에 ‘스타킹’도 세월을 피해가지 못했다.

▶3000여 명의 일반인 ‘능력자’… 이젠 시대 변해= 9년 전만 해도 일반인이 출연하는 설정은 파격적이었다. ‘스타킹’은 매회 독특한 사연이나 다채로운 끼를 가진 일반인 능력자들을 섭외, 무대 위에 세웠다. 그동안 출연한 일반인 능력자만 3000여 명에 달한다. 다시 말해 3000개의 숨겨진 능력과 사연을 발굴해 소개했다는 의미다. ‘스타킹’에 소개된 뒤 유명세를 얻어 연예인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방송에서 섭외가 들어올 만큼 ‘스타킹’의 무대는 컸다.

[사진=SBS ‘스타킹’ 방송화면 캡처]

일반인들의 재능과 더불어 절절한 사연이 ‘스타킹’ 고유의 매력이었다. 꼬마 싸이로 불리는 황민우 군도 ‘스타킹’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국악소녀 송소희도 12살 때 ‘스타킹’을 통해 방송 데뷔를 치렀다. 시각 장애의 한계를 극복한 천재 피아니스트 예은이, 문제아에서 고딩 파바로티가 된 김호중 등은 난관을 극복한 감동적인 사연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진에 기대는 포맷은 한계로 돌아왔다. 일반인 출연자에 따라 화제성의 편차도 컸고 프로그램의 핵심 동력이었던 일반인들은 새로움을 잃었다. 이미 인터넷상에서 알려진 유명 일반인이 출연해 한발 늦은 행보를 보였던 탓이다. 

[사진=SBS ‘스타킹’ 방송화면 캡처]

김선영 TV 평론가는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끼와 능력자들을 먼저 발굴해 소개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SNS가 발달해 인터넷에서 이미 유명해진 다음에 ‘스타킹’에서 뒤 늦게 불러오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쉽게 알 수 없는 능력자들을 발 빠르게 담는 게 아니라 뒤따라가는 형식이 되다 보니 신선함도 사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역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꼽았다. ”1인 방송이나 개인 SNS 채널이 없을 때는 스타킹이 일반인들이 활약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지만 이제는 개인 방송이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스타킹’의 복병이었다“고 분석했다.

[사진=SBS ‘스타킹’ 방송화면 캡처]

여기에 홍보성 출연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쇼핑몰 사장 등 자신이 하는 사업을 홍보하려고 나온 사례들은 비난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일반인 프로그램의 한계로 늘 지적되는 부분”이라며 “개인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하거나 나중에는 다이어트 성공 등의 사례가 여성을 성 상품화하거나 선정적으로 흘러간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SBS ‘스타킹’ 방송화면 캡처]

▶일반인 예능? ‘스타킹’은 가족 예능… 역사 뒤안길로= ‘스타킹’은 일반인 예능이기 이전에 가족 예능이었다. 온 가족이 시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이른바 ‘착한 예능’이었다.

일반인들의 사연과 재주로 채워진 한 시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감동을 줬다. 출연진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시간대도 큰 몫을 했다. ‘스타킹’은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돼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함께 시청할 수 있었다. 소재 고갈이라는 비판과 ‘기인 열전’ 등 포맷이 식상하다는 비판에도 전 연령대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볼 수 있다는 가족 예능의 의미는 고수해 왔다.

[사진=SBS ‘스타킹’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지난해 12월 시즌 2를 기획하고, 주말 황금 시간대에서 화요일 오후 시간대로 이동하며 시청률이 뒤따라 주지 않았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연예인 출연 예능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시청자의 관심 밖 프로그램이 됐다.

김선영 TV 평론가는 “가족 시청자라는 단위가 없어지는 시대가 됐다”며 “개별 취향에 맞춘 예능들이 사랑받는 시대가 왔다”고 원인을 꼽았다. “주말이라고 가족들이 다 모이는 것도 아니고 시대 변화에서 전 연령대의 취향과 기호를 맞추려고 하는 프로그램은 점점 살아남기 힘들어졌다”며 “전 연령을 타깃으로 한 몇 안 되는 프로그램이었던 ‘스타킹’의 종영은 가족시청자라는 집단의 약화를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 있었지만, 명실상부 ‘건전 예능’= 국악소녀 송소희는 “작은 재능을 빛날 수 있게 도와준 ‘스타킹’에 감사하다”며 마지막 방송에서 인사말을 전했다. 고딩 파바로티 김호중도 “‘스타킹’ 출연 이후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킹’은 일반인 출연진들의 삶에 변화를 줬고, 이들 출연진의 사연은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줬다. 감동을 받은 건 8년간 MC를 봤던 강호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1년간의 휴식기를 가졌지만, 복귀작으로 가장 먼저 ‘스타킹’을 꼽았다.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강호동은 “‘스타킹’은 제게 많은 인연을 선물한 프로그램”이라며 “연예인 아닌 일반 시청자분들의 모습을 보며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았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스타킹’은 일반인들에게 9년이란 시간 동안 무대에 오를 기회를 주고, 또 그들의 끼와 재능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시대 변화로 한계에 봉착해 결국 막을 내렸지만, 가족 예능, 일반인 예능으로서 시사하는 바는 크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주말 저녁, 가족들이 모여 앉아 편안하게 틀어 놓고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며 “지금의 ‘스타킹’은 의미가 많이 퇴색됐지만, 초반의 방송 의도와 행보는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스튜디오 쇼였다”고 말했다.

김선영 TV 평론가는 “전 연령대 가족 시청자를 대상으로 온갖 건전한 재미는 다 잡았던 프로그램”이라며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끼와 능력자들을 발굴해 소개했다는 점에서 방송사에 큰 한 획을 그었다”고 말했다.

leunj@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