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잇따른 경찰관 비위 죄송”… 전문가들 “대대적 개혁 필요”

경찰청 청사[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현직 경찰들이 음주 운전 등 잇따른 비위 행위가 적발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한번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경찰청장이 특별경고를 발령했지만, 청장 발언 열흘 만에 도다시 현직 경찰이 주취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안팎에선 ‘기강 해이’ 문제를 바로잡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강서경찰서 소속 A경장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경장은 지난 17일 오전 3시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3가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시민과 시비가 붙어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손님들이 몸싸움을 한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A경장의 신분을 확인하고, 이를 감찰계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환 경찰청 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경찰관 비위로 국민에게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린 점 대해 죄송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시기도 총선을 앞두고 있고, 의료인 집단 행동으로 인해 안전이 위협 받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경찰의 일탈 행위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경찰청에선 지난 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특별 경보를 발령해 이 기간 동안 행위자 뿐만 아니라 1차 책임자, 지휘관 등에 대해서까지 엄중 문책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검토와 현장 경찰관 지원 방안, 활성화 방안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음주 지휘부 워크샵에서 서장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전략회의 등을 통해 조직 문화 전반을 들여다 보고 문제점이 없는지, 직원들이 왜 일탈 행위를 하는지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일선 경찰서장을 상대로 ‘의무위반 근절 특별경보’를 발령한 지 열흘 만에 벌어졌다. 당시 윤 청장은 음주운전이나 성 비위 등이 발생하면 가중처벌을 하고, 관리 책임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지휘부도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도 지난 11일 이탈 행위가 재발할 경우 경찰서장을 포함한 관리자들에 대해 징계를 포함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시민과 폭행 시비를 벌이거나 성매매를 하다 현장에서 적발되고, 음주운전을 하는 등 경찰관들의 비위는 계속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새벽에는 강동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30대 여성 순경이 술에 취한 채 보호조치를 위해 출동한 여경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고, 최근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한 경찰은 어플을 통해 만난 10대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불법촬영을 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소명 의식이 현저히 떨어진 점이 잇따른 비위 행위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면기 경찰대 치안대학원 교수는 “경찰 인원이 많아지니까 그에 비례해 사건 사고도 많아진 것 같다”며 “또한 예전에 비해 공직에 대한 선호도도 떨어지다 보니, 현직에서의 조심성도 점차 덜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 문화가 상당히 이완돼 있고, 경찰로서의 소명,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히 떨어진 것이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형사기동대나 순찰기동대가 만들어지는 등 여러 조직이 신설되다 보니 경찰 조직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은 측면도 원인이 되고 있을 것”이라며 “조직 몰입도가 떨어진 틈 때문에 각종 사고가 일어나는 상태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계급으로 조직을 장악했던 과거와 달리 비위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 리더십이 작동이 안 되는 것도 문제”라며 “경찰 공무원 채용 응시 비율도 계속 떨어져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경찰관들의 비위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묻는 질문에 “신상필벌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다”며 “매번 반복되는 일이어서 경찰 조직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이런 비위 사례들을 계속 공유하고 경찰 개개인이 처신에 철저히 주의하는 책임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더 이상 지휘부의 엄중 경고만으로 비위 행위를 막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지난 한 달 동안 비위행위가 계속 발생하는 것을 보면, 썩은 사과(경찰 개인)가 아니라 썩은 사과를 담고 있는 상자(경찰 조직)를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땜방식으로 처벌하고 그칠 게 아니라, 경찰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경찰 조직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개혁이 필요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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