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각 의과대학의 입시요강 확정을 앞두고 의대 정원 증원을 1년 유예하는 안에 대해서도 언급이 시작되는 등 정부는 ‘열린 결말’을 시사하며 대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내분 조짐이 보이면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 10일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 결과가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달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대통령 담화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그러면 저희가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며 “1년을 유예하는 안에 대해 (의료계가)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고 일단 이걸 잠시 중단하고 좀 더 추가적인 논의를 해보자, 이런 취지로 이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차관의 발언을 두고 정부가 ‘1년 유예를 검토한다’, ‘2보 후퇴한다’는 확정적 해석이 나오자 정부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박 차관은 재차 긴급 브리핑을 열고 “1년 유예에 대해선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역시 1년 유예 방안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견 정부의 ‘엇박자’로 보이지만, 정부가 사태 초반에 비해 한결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공의들의 병원 현장 이탈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의정이 제대로 된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총선 결과는 향후 정부가 취할 입장을 정하는 데 방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야당(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예상대로 여당(국민의힘)이 고전할 경우엔 정부의 2000명 증원 추진 동력에도 무리가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년 유예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예측을 깨고 여당이 나름 선전한다면 기존 방침을 고수하면서 의정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대화 상대인 의료계 역시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법정 의료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경우 현재 의협을 이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인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의협 비대위가 이달 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주 안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 것을 예고하며 대화의 기대가 커졌지만, 5월부터 의협의 ‘운전대’를 잡을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의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엇박자를 냈다. 박 위원장은 이달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대부분이 이달 중으로 수업 재개에 나설 예정이다. 이달 8일 기준 16개교에서 수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나머지 24개교는 순차적으로 수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이달 15일부터는 16개교가, 이달 22일부터 마지막 주까지는 7개교가추가로 수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다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수업을 재개한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강의실에 출석하지 않아, 온라인 수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경·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