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미친 韓 과일가격…日은 9.6% 올랐는데 우리나라는 36% 넘게 올랐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과일을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나라 과일·채소 가격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올해 가장 많이 올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류 인플레이션도 높은 편에 속했다. 식료품·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 억제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우스 등 시설재배 비중이 커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이 연동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큰 데다 석유 수입선도 중동지역에 편중된 상황 속에서 앞으로도 에너지와 농산물 물가는 관리가 더 어려워 질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 수입 개방 확대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이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전체 유로 지역, 대만과 한국의 올해 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과일류 물가 상승률은 1∼3월 월평균 36.9%로, 2위 대만(14.7%)의 거의 2.5 배에 이르렀다.

이탈리아(11.0%), 일본(9.6%), 독일(7.4%) 등에서도 같은 기간 과일 가격이 많이 뛰었지만 10% 안팎 수준이었다.

채소류 상승률도 한국(10.7%)이 이탈리아(9.3%), 영국(7.3%) 등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 신선 과일·채소류가 단일 품목으로 발표된 미국의 상승률은 올해 월평균 1.3%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에너지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불안한 상황이다. 에너지 관련 항목(전기·가스요금, 연료비 등)을 노무라증권이 가중 평균해 산출한 에너지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한국이 1∼3월 월평균 1.1%로 프랑스(2.7%)에 이어 2위였다.

높은 식품류와 에너지류 물가 상승률은 결국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항목 제외)와 전체 소비자물가 흐름의 괴리로 나타나고 있다. 근원물가는 잡히고 있지만, 헤드라인 소비자물가는 잡히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근원 물가는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끈적끈적(Sticky)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 직후에도 “그동안은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물가가 거의 같이 움직였는데, 본격적으로 차별화하고 있다”며 “현재 근원물가 상승률은 둔화하는데,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오르면서 헤드라인 물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물가 예측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물가 구조나 흐름으로 미뤄 향후 중동사태나 이상기후 등이 길어질수록 우리나라가 그 어느 나라보다 물가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선 다변화 등 구조적 변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 왔단 얘기가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사과 등 농산물 물가에 대해 “중앙은행이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 등의 영향이라는 것”이라며 “금리나 재정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이제 근본적으로 기후변화 등이 심할 때 생산자 보호정책을 계속 수립할 것인지, 아니면 수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국민의 합의점이 어디인지 등을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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