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사진) 양산에 돌입했다. 올해 4분기 중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올해 3월 HBM3E 8단 제품을 가장 먼저 엔비디아에 납품했던 SK하이닉스가 6개월 만에 12단 제품까지 연내 공급을 예고해 HBM 시장 리더십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6일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제품은 D램 칩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것으로, 36GB(기가바이트) 용량을 갖춰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기존 HBM3E의 최대 용량은 D램 칩 8개를 수직으로 쌓은 24GB였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을 연내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HBM3E 8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고객사에 납품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업계는 HBM 시장을 두고 경쟁 중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HBM3E 12단부터 본격적인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이번에도 3사 중 가장 먼저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을 눈 앞에 두면서 업계 선두 지위를 더욱 견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HBM3E 12단 제품은 AI 메모리에 필수인 속도·용량·안정성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충족한다. 동작 속도는 현존 메모리 최고 속도인 9.6Gbps로 높아졌다. HBM3E 12단 제품 4개를 탑재한 단일 GPU로 메타의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3 70B’를 구동할 경우 700억개의 전체 파라미터를 초당 35번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기존 8단 제품보다 더 높은 12단을 쌓아 용량을 50% 늘렸지만 두께는 8단과 동일하다. 이는 D램을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고 ‘실리콘전통관극(TSV)’ 기법을 활용한 덕분에 가능했다. TSV는 D램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상층과 하층 구멍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전보다 얇아진 칩을 더 높이 쌓을 때 휘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SK하이닉스는 자사 핵심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MR-MUF는 칩과 칩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 대비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현일 기자